배그는 배근데 그 배그가 아냐, '프리파이어 배틀그라운드'

번역이라도 제대로
2017년 12월 18일 17시 36분 33초

제목부터 썸네일까지 특정 작품을 연상케 하는 111도트 스튜디오의 '프리파이어 배틀그라운드(Free Fire - Battlegrounds)'는 생존형 배틀로얄 3인칭 슈팅 장르로 총 50명의 플레이어가 한 게임 내에서 동시에 생존을 위해 투쟁을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플레이어들이 전투를 펼치는 것은 외딴 섬으로, 대기 시간이 지나면 비행기에 탑승해 원하는 방향을 향해 낙하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특정 구역으로 전장이 좁혀지고 지정된 구역 밖에 있는 플레이어는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 그렇게 최후의 1인이 되면 우승하는 것이 프리파이어 배틀그라운드의 특징이다.

 

 


제목과 썸네일에서부터 느껴진 익숙한 향기의 정체는 게임 내용을 축약한 서두를 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 1.0 공식 런칭을 이틀 앞둔 PUBG 배틀그라운드와 판박이인 방식의 스마트 플랫폼 게임이다. 다만 스마트 플랫폼이라는 플랫폼 한계로 인해 규모나 비주얼, 편의성 등이 하향된 느낌의 휴대용 배틀그라운드라는 느낌이다. 단지 배틀그라운드보다 훨씬 재미가 덜하다는 것이 흠. 게다가 지난 11월 말에는 블루홀이 중국의 텐센트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했으니 그 전까지의 심심풀이라면 몰라도 계속 하기에는…….

프리파이어 배틀그라운드는 펍지주식회사의 PUBG 배틀그라운드와 굉장히 유사하게 만들어졌으니 PUBG 배틀그라운드와의 유사성이나 차이점에 대해서 간결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 시스템과 상자 아이템

페이스북 계정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프리파이어에서 자신의 분신이 될 캐릭터를 생성하게 된다. 성별을 선택할 수 있고 간단하게 손볼 수 있지만 PUBG 배틀그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아주 많다고 할 수는 없는 프리셋 중에서 선택하는 것은 비슷하다. 그 후 차이점이 바로 눈에 띄는데, 출석 시스템이 존재해 일일 출석으로 상자를 구입할 수 있는 재화인 달러나 아머 상자, 가방, 탄약 상자, 옷 등을 매일 출석 보상으로 획득 가능하다. 의상의 경우 월 1회 정도로만 배정되어 있다.

의상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PUBG 배틀그라운드에서는 한 번 획득한 의상은 스스로 재화인 BP로 전환하거나 스팀 장터를 통해 판매하지 않는 한 영구적으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데 비해 프리파이어 배틀그라운드에서 획득한 의상은 기한이 있어 소실되기도 한다. 실제로 상자를 열어 처음 얻은 녹색 와이셔츠가 실효됐다. 커스터마이징 의상들의 부위가 상의와 하의, 신발로 축소되기는 했지만 PUBG 배틀그라운드에선 트위치 스트리머들이나 일시적으로 변경됐던 낙하산 디자인이 아예 커스터마이즈 요소로 포함되어 있다.




​아아니 옷이 실효라니요

앞서 아머 상자나 탄약 상자 등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PUBG 배틀그라운드에서는 모든 플레이어가 동일하게 아무런 장비 없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프리파이어 배틀그라운드에서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아머 상자나 보급 상자, 주머니 등의 소모성 아이템을 사용한다면 처음부터 1개의 무작위 아머, 1개의 치료팩이나 탄, 여분의 소지 용량 30을 소지한 상태로 다른 플레이어보다 유리하게 게임을 운영할 수 있다. 생존형 배틀로얄 게임이면서 스타트 라인부터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유리하게 시작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흥미를 꺾는다.

구매 가능한 상자 아이템은 두 가지 모두 게임 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달러를 사용해 구매할 수 있고 기간제 커스터마이즈 아이템이나 소모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동 보물상자와 희귀 등급 보물이나 소모성 아이템을 획득 가능한 조금 더 비싼 가격의 은 보물상자가 있다. 싼 가격의 동 보물상자가 인기 아이템이라고는 나오지만 커스터마이즈 의상이 실효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 옆에서 자꾸 쿡쿡 찌르면서 꼬우면 더 많이 플레이하고 상자를 열어대라며 강요하는 기분도 든다.





매칭 시스템은 솔로 플레이와 그룹 플레이가 있다. PUBG와 동일하게 그룹 플레이는 듀오와 분대(스쿼드)를 지원하며 페이스북 친구가 프리파이어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지 않는 경우를 위해 자동 일치 시스템이 준비됐다. 그러니까, 랜덤 매칭 시스템 말이다. 원하면 음성 채팅 기능을 활용해 듣거나 말하는 것으로 팀원들과 소통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팀은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외려 비행기에서 떨어지자고 본인들이 찍은 핑은 무시하고 뿔뿔이 흩어지기 십상. 그래도 나중에 위기에 빠졌는데 돌연 나타나 구출해주는 경우도 있어 팀 플레이에서 얻는 즐거움은 있다.

옵션은 나름대로 정밀도와 음악, 아마 효과음인 사운드를 100까지의 수치로 세세하게 조정할 수 있고, 그래픽 품질이나 언어, 미니맵 표시 형식, 배율에 따른 스코프 설정을 만질 수 있다. 이때 그래픽은 부드럽게, 낮음, 높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낮음과 높음이 그다지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선장

■ 본 게임도 PUBG의 축소판

게임 매칭 시스템이야 흔한 방식이고 각 모드가 지원하는 팀원의 숫자도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나 게임 내용 모두가 PUBG와 매우 유사하다. PUBG는 자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H1Z1의 개발자가 직접 손을 댔으니 그렇다 쳐도 이건 조금 그렇지 않나? 싶은 기분도 든다. 길어도 30초 이내에 매칭이 잡히면 50명의 플레이어는 로비에서 1분의 카운트 다운이 끝날 때까지 돌아다니다 자동으로 비행기에 탑승하고 지도의 각 지역을 향해 원하는 타이밍에 내릴 수 있다. 정확히 PUBG 배틀그라운드와 동일한 전개다.

우선 인원이 반토막 났음에도 필드가 굉장히 작은 편이다. 대략적인 추측이긴 하지만 비행기가 가운데에 있을 때라면 어느 방향이라도 맵의 끝까지 갈 수 있을 정도. 메인이 되는 큰 섬과 좌측에 작게 떨어진 외딴 섬이 전체인데, 사실상 전투가 벌어지는 곳은 큰 섬 뿐이다. 여담이지만 남쪽에 있는 Mars Electric 지역의 경우는 PUBG 배틀그라운드의 Mylta Power와 굉장히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다.


​아니 저기 가자며 다 어디가

작은 필드의 영향으로 자기장이 맵에 비해 굉장히 크게 잡히기 때문에 자기장으로 인한 긴장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비행기에 탄 시점에서 4분 이하의 시간이 흐르면 첫 번째 자기장이 잡히며 죽지만 않으면 어느 곳에 있어도 여유롭게 자기장 안전지대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밖에서 무쌍형 플레이를 선호한다면 초반 사망 위험이 있겠지만 어느 위치 하나를 잡고 버티는 형태의 플레이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게임 시작 후 수 분 이내에 10명 내외로 줄어든 인원을 확인할 수 있을 것.

PUBG 배틀그라운드가 아무리 3레벨 방어장비를 갖추고 있어도 눈 깜짝할 사이에 죽어버리는 것과 달리 프리파이어 배틀그라운드에서는 3레벨 장비가 굉장한 방어력을 보장한다. 가령 벡터 같은 SMG를 들고 3레벨 방탄조끼를 입고 있는 상대를 쏜다면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 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쏴제끼는데도 탄창 두 번을 모두 꽂아넣어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 그룹 플레이의 경우 PUBG 배틀그라운드와 마찬가지로 기절 상태에 빠지는데, 이 상태에서도 체력이 굉장히 줄지 않아 벡터 기준으로 지겨울 정도의 공격을 퍼부어야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



PUBG 배틀그라운드에서는 비행기 보급상자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특정 저격소총이 필드에서 구할 수 있다거나, PUBG 배틀그라운드에서 등장하지 않는 총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총기에 붙는 파츠는 동일하게 공용이 되고, 각종 장비는 최대 3레벨까지 등급이 존재한다.

스마트 플랫폼이라는 제한 때문에 조작이 굉장히 불편하다. 조작 설정을 바꿀 수도 없는 작품이라 모두가 불편함을 공유하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누구나 1등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우측 상단에서 맨손을 포함해 가지고 있는 무기를 변경할 수 있는데 스와이프 형식으로 바꿀 수도 없고 반드시 좌우의 화살표를 눌러야 변경된다. 특히 달리는 버튼의 경우는 이동 버튼의 위쪽에 있어서 무빙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또 엎드려 기거나 걷기, 달리기를 하는 경우에는 굉장히 소리가 크게 나는 것에 비해 앉아서 움직이면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사기적인 버그도 있다. 스마트 플랫폼에서 주로 FPS 장르를 플레이 한 사람이라면 조작에 불편함을 덜 느낄 수 있겠지만 보편적으로는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지는 방식. 조작감 때문에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적을 만나면 반응이 느린 편이다.


​솔직히 감동함

■ 번역이라도 잘 해두지

프리파이어 배틀그라운드는 게임 자체도 굉장히 익숙한 그 놈의 향기를 풍기면서 번역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처음에는 굉장히 알아먹기 어렵다. 흔히 외국계열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문제인데, 영어를 그대로 음차한 경우도 있고, 완전히 말도 안 되는 번역 결과물이 보이기도 한다. 탄약들은 대부분 'ㅇㅇ탄두'라고 적혀 있고 차량에 탑승하면 내리는 버튼이 '비이클에 떠나기'라고 적혀있거나 장전 버튼이 단투장전하기라고 표시되는 등 오히려 제대로 된 번역을 찾기가 더 힘들다. 한국어를 포함해 13개국어를 지원하는데 다른 국가의 언어는 어떨지. 알아듣기만 하면 된다지만 일부 항목은 아예 오역이 된 상태라 전혀 다른 안내를 하기도 한다는 것이 문제다.

프리파이어 배틀그라운드는 전체적으로 PUBG 배틀그라운드의 카피이면서 스마트 플랫폼 슈팅 게임 답게 굉장히 불편한 조작감을 가지고 있다. 이동하면서 즐길 수 있는 다운그레이드 PUBG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까지는 되겠지만 프리파이어 배틀그라운드만이 가진 즐거움은 찾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마지막 킬하고 우승하면 재미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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