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넥슨은 일본의 유명 개발사인 스퀘어에닉스와 포케라보가 개발한 신작 모바일게임 '시노앨리스'의 글로벌 사전예약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음을 밝혔다. 하지만 그런 좋은 호응을 얻었음에도 한참동안 시노앨리스의 글로벌 서비스가 개시되는 일은 없었다. 7월 18일이라는 구체적인 출시일까지 공개됐지만 이후의 복합적인 사정으로 정식 서비스가 연기되더니 결국엔 넥슨이 시노앨리스의 서비스를 포기했기 때문.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시노앨리스는 지난 3월 경 포케라보가 직접 서비스를 하기로 결정하고 이달 1일이 되어 마침내 정식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노앨리스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동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요코오 타로 디렉터의 독특한 세계관과 특유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다크 판타지 RPG다. 앞서 일본에 출시된 시노앨리스는 매력적인 일러스트 같은 강점들을 내세워 일본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1위를 단숨에 석권하기도 하며 누적 이용자 수 400만 명 이상을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보인 바 있다.
시노앨리스의 사전등록 보상은 게임 내에서 정상적으로 수령할 수 있다.
■ 저자를 구하려는 그들의 잔혹동화
시노앨리스는 동화에서 시작된 다크 판타지 RPG다. 사실 우리가 실제로 알고 있는 다양한 동화들도 원전으로 올라가면 상당히 잔인하고 어두운 내용이 많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은데, 시노앨리스는 그런 부분을 조명해 이를 요코오 타로 식으로 재해석한 게임이다. 사실 이런 방식으로 동화를 활용하는 창작물은 드물지 않은 편이다. 작년 국내 서비스 종료로 막을 내린 그림노츠 같은 경우도 동화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하지만 시노앨리스는 동화의 어두운 면만을 강조하고 이를 비틀어 작중에 등장하는 각 작품의 주인공들의 성격으로 구현했다. 왕자와의 결혼으로 인생이 뒤바뀌는 동화, 현대에도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표현으로 종종 등장하는 신데렐라는 비뚫어져 상대를 절망적으로 죽일 생각으로 가득하고, 비극적 이야기이기도 한 일본 동화 카구야 공주의 주인공 카구야 공주는 피학적인 성격이 되는 등 각 등장인물들의 비뚫어진 부분을 극대화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출신 동화도, 세계관도 다른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자신을 창조한 저자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다만 그것까지만 동일한 목표이며 각자가 저자를 부활시키려는 의도는 달라 작가를 죽이고 싶어서 살리는 이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하는 등 자기만의 목적을 품고 움직이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들이 싸우고 죽이는 이유는 결국 저자를 부활시키려는 목적이란 것은 사실.
각각의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적이자 이야기를 집어삼키는 존재인 나이트메어들을 처치하는 것이 그들의 기본적인 행동 방침이며 이를 게임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마리오네트 2인조 스니키, 스푸키(원어로는 둘이 합쳐 의심암귀)가 꾸준히 부추기는 모양새를 가진다.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각자의 이야기가 특정 캐릭터와 교차하기도 하며 모든 캐릭터가 교차하는 경우도 있다.
백설공주와 앨리스는 3장에서 처음 마주친다.
■ 클래스와 콜로세움
게임을 시작할 때 스니키와 스푸키가 어차피 다 고를 수 있으니 얼굴만 보고 고르란 말대로 이야기에서 각 캐릭터의 처음을 진행하면 해당 캐릭터의 브레이커 클래스가 해금된다. 하지만 브레이커 클래스만 가지고 게임을 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이야기에서는 특정 캐릭터로 참가하면 능력이 향상되는 시스템이 있어 큰 의미는 없지만 협력 플레이나 경쟁 컨텐츠인 콜로세움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후방에 서는 편이 좋은 클래스가 있고 전방에 서는 것이 좋은 클래스가 있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회복에 능력이 집중된 클래스처럼 말이다.
클래스는 전투를 통해 획득한 일종의 경험치, 숙련도를 투입해서 직업 레벨을 향상시킬 수 있다. 기본적으론 10레벨까지 직업 레벨을 올릴 수 있고 직업 레벨이 오를 때마다 특정 직업이나 공통으로 이로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직업은 장비와 다르게 진화할 수 없지만 메달 교환을 비롯한 특정 루트를 통해 입수 가능한 'ㅇㅇ의 아르카나'를 사용해서 한계돌파를 시킬 수 있다.
가챠 시스템에 상당수 기대고 있는 게임이지만 여타 게임처럼 수십, 수백 종류의 캐릭터를 뽑는 형식의 수집형 가챠는 아니다. 대신 뽑기를 통해 높은 등급의 무기를 일정 확률로 획득하거나, 때때로 특정 무기에 붙은 캐릭터의 클래스가 해방되기도 한다. 바로 이 캐릭터 클래스 해방을 노린다면 상당히 운이 좋아야 한다. 고등급의 특정 장비를 저격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기 때문. 이외에도 VIP 시스템을 이용하면 얻을 수 있는 클래스나 이벤트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클래스 등이 존재한다.
총 15명까지 함께하는 길드는 시노앨리스의 또 다른 컨텐츠인 콜로세움을 위해 존재한다고도 할 수 있다. 매일 밤 개최되는 콜로세움에선 길드와 길드가 맞붙어 자웅을 겨룬다. 콜로세움 준비 도중엔 메인 편성을 교체할 수 없고 길드에 가입한 첫 날에는 콜로세움 시간에 접속한 상태라도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서로 힘을 합치는 협력 모드와 달리 길드 사이의 경쟁을 주로 삼고 있어 매일 한 번 열리지만 그만큼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 다소 느릿한 전투
시노앨리스의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어가 캐릭터에게 장착한 장비 편성에 따라 특정 속성을 가진 공격이나 회복 기술 등을 구사할 수 있으며,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제외한 다머지 네 명의 합류 캐릭터들은 다른 플레이어의 데이터를 가져온 CPU 조작으로 참가한다. 때때로 협력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가 참가하면 CPU 자리가 비워지고 대신 들어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투 템포는 다소 느린 편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수동으로 전투를 조작하면 공격을 비롯한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SP를 적극적으로 소모하며 싸울 수 있지만 자동 전투를 맡기면 상대적으로 행동이 느릿해진다. 게다가 수동전투를 진행하고 있었더라도 도중에 캐릭터들의 대사나 스니키와 스푸키가 대사를 넣으면 그 대사를 터치해서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사라질 때까지 진행이 되질 않는다. 심지어 대사가 넘어가는 시간도 느린 것이 문제.
이런 계열의 게임들이 그렇듯 클래스에 특화된 장비를 사용하면 효과가 더 좋다. 다만 처음에는 그것이 쉽지 않아 최강 설정으로 자동 장착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또한, 속성이 상당히 중요한데 전투에서 동일 속성으로 공격하면 저항을 받아 상당히 약한 피해만 입힐 수 있으며 강한 상성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전투를 이끄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전투 양상을 뒤집을만한 요소로 나이트메어 소환이 있다. 그랑블루 판타지의 그것처럼 플레이어는 전투 도중 자신이 소유하고 장비 편성에 장착한 나이트메어를 불러낼 수 있다. 이들은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파티를 강화하는데, 특정 속성의 공격을 강하게 해주거나 기초 능력치를 강화해주는 등 여러 버프 효과들을 통한 강화 효과들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진행이 막힌다면 장비의 강화와 진화, 한계돌파를 모색하는 것이 좋다. 같은 카테고리의 장비를 투입해 강화할 수 있는 장비는 무기와 방어구, 그리고 소지한 나이트메어이며 전용 강화 재료를 이벤트 카테고리에서 습득할 수 있다. 진화는 재료를 모아 진행하면 되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준이지만 한계돌파는 동일한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어 난이도가 높다.
■ 시(死)노앨리스
포케라보의 시노앨리스는 출시가 연기되다 극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게 된 늦깍이 신작이다. 기실 일본에서는 2017년부터 서비스를 하고 있던 게임이니 작금의 게임들에 비해 낡아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인터페이스 등에서 꽤 불편함을 느낄만한 부분들이 많다. 로딩이 잦은 면이나 번거로운 조작이 많이 가미된 메뉴 인터페이스, 강화 UI 등은 편의성을 추구하는 최근의 스마트 플랫폼 게임들의 인터페이스를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잔혹동화를 기반으로 한 다크 판타지적인 요소는 소재가 나쁘지 않아 취향에 맞으면 괜찮을 수 있지만 시노앨리스는 애매한 각오로 즐기기 힘든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중2병의 서브컬쳐 버전을 집대성한 것이 이 작품의 스토리나 연출 특징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보면 몸을 배배꼬고 싶은 사람들에겐 쥐약이 되기 쉽다. 예시를 들면 아래 스크린샷들이 스토리를 진행할 때 한 스테이지를 걸러서 나오는 느낌이다.
호오 버티는가?
자, 당신은 중2병의 늪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으론 죽음의 P2W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이야기 컨텐츠는 지루하긴 하더라도 자동으로 두고 진행하면 어찌저찌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콜로세움 컨텐츠는 극도의 P2W 컨텐츠다. 후반부 한계돌파 성능 차이가 격변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많은 과금을 한 플레이어와 적당한 수준의 과금을 한 플레이어의 격차가 압도적으로 갈라진다. 과금을 많이 한 플레이어가 강한 것은 수집형 가챠 게임에서 당연한 논리이긴 하지만 그야말로 세계가 다를 정도의 한계돌파 효율이 중소과금 플레이어들이 가진 의욕을 꺾기엔 충분한 벽이 된다.
결론적으로 시노앨리스는 2017년 출시작 치고도 꽤 낡은 UI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P2W 요소가 상당히 강한 신작임에는 틀림없다. 이를 감안하고도 작품의 코드가 자신과 맞다면 즐길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저해요소가 상당히 많은 게임이다.
크아아악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