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자기가 아니야! 와장창, '킬른(Kiln)'

4v4 도자기 배틀의 독특함
2026년 05월 04일 20시 57분 38초

혹시 등대를 조작해 플레이하는 횡스크롤 게임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23일 Xbox Series X/S와 Xbox 클라우드, 윈도우 PC, 스팀, PS5 등에 출시된 '킬른(Kiln)'은 그 등대 게임, 키퍼(Keeper)를 개발해 주목받았던 더블 파인 프로덕션의 최신작이다. 등대를 조작해 즐기는 3인칭 액션 어드벤처처럼, 그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이번에도 발휘해 플레이어가 직접 도자기를 빚은 뒤 다른 플레이어들과 팀을 이뤄 난투를 벌이는 게임을 만든 것.

 

킬른의 출시와 함께 Xbox로부터 플레이 기회를 제공받아 직접 도자기를 빚고 깨부수고, 박살나보기도 했다. 리뷰를 위해 게임을 즐긴 플랫폼은 스팀이며, 출시 당일인 23일부터 Xbox 게임패스 얼티밋에도 출시됐다.

 

 

 

■ 만드는 즐거움 살린 도자기 제작

 

킬른의 게임플레이 사이클은 단순하면서도 도자기라는 소재를 충실하게 활용하고 있다. 도자기를 만들고, 싸운다. 이게 반복된다. 그리고 싸움의 결과로 얻은 경험치와 재화를 통해 새로운 도자기 제작 도구나 도자기를 꾸밀 파츠들을 구매할 수 있으며 점차 늘어나는 도구와 파츠를 활용해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가게 된다.

 

플레이어들이 모이는 로비의 물레에 오르면 바로 도자기 제작에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 손이나 스펀지 등을 사용해 좀 도자기 반죽의 모양과 매끈한 표면, 무늬 등을 생각보다 쉽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다만 반죽을 조형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이 레벨을 올려야 해금되는 방식이라 처음에는 제약이 좀 있다. 사용하는 반죽의 양도 3종류가 진행에 따라 풀리는 식이다.

 


 


유약과 스티커 슬롯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지인이 만든 레몬과 아이스크림 도자기

 

모양은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만들 수 있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도자기는 8종의 타입으로 구분된다. 소형과 중형, 대형이라는 카테고리 외에도 그릇, 접시와 같은 종류가 부여되며 만든 형태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체력, 물 용량도 달라진다.

 

자기가 플레이하기 좋은 모양과 능력, 체력과 물을 갖춘 능력을 맞추는 실용성 있는 도자기도 좋지만, 나와 지인은 여러 모양의 도자기를 만들어보는 데에 더 즐거움을 느꼈다. 뭔가를 만들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즐거움이 킬른에도 있었다. 예를 들어 지인은 콜라병, 레몬 등을 비롯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선보였고, 나는 골든 슬라임, 정령이 들어간 모습을 기준으로 치마처럼 보이는 도자기, 금니 등을 만들었다.

 


도자기엔 정령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고 나서

 


깃들면 이렇게 허리 부분을 살린 치마 차림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플레이어들이 만든 도자기는 로비 한쪽에 마련된 전시대에 무작위로 전시되고, 해당 로비의 플레이어들은 이 도자기를 구경하거나 깃들어서 내 도자기 컬렉션에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도자기 꾸미기를 꽤나 즐기고 있는 느낌이었다.

 


전시된 도자기들

 

■ 간단하지만 전략성 있는 4v4

 

배틀은 조작도, 규칙도 정말 간단하다. 네 명씩 나뉜 양 팀의 플레이어는 상대의 이글이글 불타는 가마에다 물을 운반해 끼얹어서 꺼버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투닥투닥 싸우며 박살내버리게 된다.

 

이 단순한 난투 방식에 맵과 해당 맵의 기믹, 도자기의 형태와 크기 등으로 변수를 마련했다. 기본적으로 대형 도자기 하나가 가마를 철통같이 지키기만 하고 나머지 셋이 공격을 가서 안정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어떤 맵은 모든 플레이어가 전면전을 펼치면서 상대 진영을 공격해야 승리하기 쉬운 곳이 있고, 어떤 맵은 중앙에서 계속 돌고 있는 배를 어떤 타이밍에 타고 상대를 교란하는지가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불이 들어온 댄스플로어에 서있으면 강제로 춤을 추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스펀지에 물을 뿌려서 방해물로 만드는 기믹

 

또, 전투에서도 일반적인 상황에선 대형 도자기가 맷집도 강한 편이나 이런 도자기는 갈 수 없는 작은 개구멍을 작은 크기의 도자기로 계속 오가면서 상대를 유인하고 게릴라 형식으로 물을 끼얹는 전략도 상당히 유효했다. 손발만 맞으면 이 맵에서는 게릴라 전략이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들어간다.

 

맵마다 조금씩 다른 전략이 나오기는 하고, 물을 담아서 이동할 때도 흘리는 것을 감수하고 빠르게 굴러서 피하거나 적진에 침투하는 판단, 적이 리젠되는 타이밍을 가늠해 묶어두기만 하고 마무리는 짓지 않는 판단 등 세밀한 플레이 부분에서도 승리를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플레이하는 동안 단순하면서도 생각보다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 이 도자기가 아니야!

 

킬른은 사이코너츠 시리즈, 그림 판당고 리마스터, 키퍼 등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재미있는 경험으로 승화시켜온 더블 파인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대감과 의문을 함께 품고 있던 신작이다. 완성된 게임을 플레이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주로 제작 쪽이지만 어떤 부분은 정말 재미있기도 했다.

 

그러나 온전히 4v4 팀 기반 배틀 게임으로 나왔다는 점이 우려가 된다. 당장 출시 초기에 내가 지인과 플레이했던 시점에서도 스팀 단독으로만 보면 피크타임 최다 동시 접속 플레이어가 200명 가량 된다는 지표가 있었는데, 사실 이건 팀 기반 게임 치고 많이 적은 숫자다. 의외로 인게임에서는 매칭이 대부분 2분이 되기 전 잡혔지만, 이 시간이 늘어날수록 위험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 사소하게 불편한 부분들도 있다. 제작이 이 게임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데, 플레이의 목적으로 설정했다고는 하지만 이 제작에 레벨 제한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점은 아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몇 시간 플레이하면 대부분의 도구들은 해금할 수 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더 아쉬운 것은 킬른 발매를 예고했던 쇼케이스에서처럼 내 도자기들을 시원하게 파괴하는 연출이 없다는 부분이다. 지금은 그냥 클릭해서 파괴하면 삭제되고 끝이다. 이런 것은 내 평가에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기왕 도자기를 만드는 게임이니 제거할 때도 '이 도자기가 아니야!(쨍그랑)' 같은 것을 해보고 싶었는데 참 아쉽다.

 


 

 

 

다른 플레이어와 파티를 맺는 방식도 플랫폼 맞춤으로 지원되지 않는 불편사항이 있다. 지인과 스팀 친구라고 하더라도 파티를 맺으려면 Xbox 프로필끼리 친구 등록이 돼야 표시된다. 거기다, 파티를 맺어도 로비는 무작위로 설정되기 때문에 만나기가 정말 힘들다. 어쩌다 한 번 정도 같은 로비에 배정된 적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앞서 언급한 플레이어 수의 부족함을 느끼기도 했다.

 

로비 전시대는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였다. 그러나 이 전시대에 전시될 도자기를 직접 선정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여 이 부분 또한 조금 불편했다.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도자기를 지정해 보여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거나 혹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방식인 것 같았다.

 

킬른은 독창성이 드러나는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부분에서 엉성함이 보이는 게임이다. 플레이 하는 동안엔 꽤 재미있지만, 이것만으로 경쟁하기에는 한 방이 부족한 느낌이다. 실제 매칭 속도나 스팀 외 플랫폼이 있기에 전체 유저 풀은 스팀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겠지만, 유저 수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만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게임이 될 것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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