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끓인 심리 호러와 넘쳐버린 퍼즐, '사일런트 힐:타운폴'

짙은 안개 속 되살아난 공포
2026년 11월 04일 17시 13분 19초

안개에 뒤덮인 마을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 그리고 이 마을을 돌아다니는 주인공의 이야기. 세계적인 규모의 팬을 보유한 웰메이드 심리 호러 게임 프랜차이즈 사일런트 힐 시리즈를 보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지난 10월 출시된 시리즈 최신작 '사일런트 힐:타운폴'은 그런 이미지에 부합하는 신작이다. 마을을 둘러싼 짙은 안개, 마치 어딘가로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인기척이 없는 마을, 그리고 그 마을을 배회하다 주인공을 보면 쫓아와 목숨을 앗아가는 기괴한 모습의 크리처까지. 게임의 요소는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정석적인 모습을 차용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사이먼 오델을 비롯한 등장인물을 번갈아 조작하면서 스코틀랜드의 항구마을 세인트 아멜리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플레이 환경은 PC 스팀이며,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해 작성했다.

 

 

 

■ 불안함을 잘 활용한 공포

 

나에게 사일런트 힐 시리즈는 본격적으로 무서운 장면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플레이어를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드는 연출 방식을 잘 사용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액션으로 풀어낼 수 있는 요소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장소와 상황이 주는 불안감 같은 부분을 잘 건드렸다.

 

사일런트 힐:타운폴도 시작하자마자 이런 시리즈의 특징을 잘 활용했다고 느낄 수 있었다.

 

당장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화면 상단 및 하단의 레터박스는 영화적 연출 같은 활용으로도 생각할 수 있지만, 1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인 사이먼의 시야를 플레이어와 일치시키고 상하의 시야를 제한해 정보를 다소 차단하는 것으로 밀폐감, 압박감, 긴장감 등을 느끼게 만드는 요소라고도 생각된다.

 

시작하자마자 보이는 짙은 안개로 뒤덮인 항구마을과 마을 안 어디에서도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환경은 이를 증폭시킨다.

 


 


이런 갑갑한 연출을 절묘하게 사용했다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진짜 크리처가 등장하는 순간 불가사의한 환경이 주는 공포감은 다소 희석되긴 하지만, 플레이어는 크리처라는 새로운 위협의 존재를 인지한 상태에서 사이먼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현재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이를 파악해나가야 한다.

 

이런 '조사'의 과정이 즐겁다면 사일런트 힐:타운폴이 보여주는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 퍼즐이 좀 과했다

 

최근의 게임에서 공포라는 장르는 단어 그대로 공포스러운 요소를 담은 것, 그리고 이 공포 가운데 플레이어가 공포를 체험하며 게임이 준비한 이야기를 알아나가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퍼즐 요소가 고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인상이다.

 

무기를 들고 싸우는 기능이 존재하고, 실제로 일부를 제외한 적들을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점은 있지만 사일런트 힐:타운폴은 여타 공포 게임과 마찬가지로 퍼즐 요소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 전개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조사하고 퍼즐을 푸는 과정 등은 게임의 특정 시스템과 상당히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처음 나오는 이런 퍼즐은 정말 쉽다

 

하지만 이번 타이틀에서는 퍼즐의 난이도 조절이 다소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퍼즐이 어려운 것은 상관이 없지만, 불합리하다고 느끼게 만들지 않는 지점을 찾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일런트 힐:타운폴의 경우 초중반부까지는 그런대로 무난한 퍼즐들이 이어지다 게임 후반부에 나타나는 퍼즐이 이런 불합리를 느끼게 했다.

 

실제로 최근에 개발사 측에서 해당 퍼즐의 난이도를 완화하는 방향의 업데이트를 진행하기도 한 만큼, 이게 나 혼자만의 감상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앞에서의 퍼즐은 공포 게임 특유의 이리 왔다가 다시 저리로 보내는 과정처럼 익숙함이 느껴졌고, 시리즈 특유의 기괴함을 단순히 잠긴 문을 여는 과정 등에서도 표현해낸 것처럼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으나 게임의 마무리 단계인 후반부에서 느낄 다소 불합리함이 아쉬운 체험을 하게 만든 것 같다.

 


고난도 퍼즐이 나쁜가?라면 그렇지는 않지만

 


여러 번 왔다갔다 하거나 여러 내용을 기억해둬야 편한 퍼즐이 많았던 만큼, 피로감이 쌓일만도 하다

 

■ 물조절은 어렵다

 

지난해 출시된 사일런트 힐 f는 기존의 사일런트 힐 시리즈가 서양의 마을을 무대로 삼았던 것과 달리 쇼와 시대 전후의 일본을 무대로 삼고, 일본 특유의 공포물이 주는 분위기나 종교적 색채를 가미해 새로운 분위기의 이야기를 선보였다. 단순히 지역과 분위기만 바뀐 것이 아니라 플레이 방식도 보다 액션 게임에 가깝게 변경된 바 있다.

 

사일런트 힐:타운폴은 그 반대다. 메인 시리즈에 포함되는 사일런트 힐 f가 기존의 시리즈와 달랐다면, 외전인 이번 타이틀은 오히려 본가 시리즈와 가까운 느낌을 준다. 물론 무기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쉽게 망가져 조심해야 하고, 웬만하면 크리처들이 주는 공포와 압박감에 힘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보통 외전과 스핀오프가 사일런트 힐 f처럼 색다른 느낌을 가져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의외의 포지셔닝이다.

 

 

 

 

 

그런 면에서 사일런트 힐:타운폴은 다시 본편 시리즈가 주던 옛 감성으로의 회귀라는 느낌을 줬다. CRTV라는 독특한 요소와 삐삐 등 게임 시스템에 녹아든 시대적 요소들은 게임의 그럴듯한 분위기를 끌어올려주며, 사일런트 힐 시리즈가 잘 해왔던 부분을 충족시켜준다. 사용하기 조금 불편함에도 그조차 시대적인 요소의 일환이라 생각한다면 그럴듯하다고 여겼다. 다만 RGB 맞추기 등은 많이 불편하긴 했다.

 

비록 스토리가 초반부터 예측하기 쉬워 반전이 주는 충격 등을 섬세하게 플레이어에게 전달하지는 못했지만 캐릭터와 세인트 아멜리아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가는 과정에서는 이것저것 읽는 요소를 좋아하는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아쉽게도 이번 타이틀의 경우 퍼즐 요소에 대한 조절이 부족했다. 마치 물조절을 실패한 라면 같다. 분명 맛있다는 것을 아는데, 과하게 들어간 부분이 그 맛을 무너뜨리는 그 느낌이다. 이건 사실이다. 일부 크리처들의 위치 캠핑도 불편하기는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럭저럭 할만했던 퍼즐이 너무 과해지는 순간 피로감을 느끼게 했다.

 

사일런트 힐:타운폴을 플레이하면서 뛰어난 영상미와 심리적인 불안감의 연출, 시리즈의 원류에서 볼 수 있던 장점들을 여전히 잊지 않았다는 것을 느껴 좋았고, 차기작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다음 작품부터는 잘 만드는 분위기와 이야기에 더해 절묘한 수준의 퍼즐로 플레이어들이 사일런트 힐의 매력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줬으면 한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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