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 인터뷰 -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회장

작은 업체들의 힘이 되고파
2020년 02월 07일 18시 17분 10초


 

게임샷이 2020년 3월 2일로 창간 20주년을 맞는다. 자고 일어나면 트렌드가 바뀌는 IT세계에서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은 시간동안 게임샷은 묵묵히 한국게임산업을 지켜봤다. 

 

게임샷이 창간 할 2000년 3월에는 스타크래프트가 PC방에서 유행하고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가 기지개를 펴면서 한국게임산업의 태동을 알리고 있었다. 당시 게임은 마니아들의 전유물에 불과한 젊은 사람들의 취미로 취급되었지만 지금은 국내 10대 수출품에 콘텐츠 수출의 60%가 게임일만큼 국가의 중추적인 핵심 산업이 되었다.

 

게임샷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게임샷 20년 한국게임산업 25주년'이라는 주제로 향후 두 달동안 한국게임산업의 리더들을 만나 집중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1999년 신비로 게임제작 동호회에서 시작해 2000년 한국게임개발자협의회로 개명 후 매년 한국국제게임컨퍼런스(KGC)를 개최하면서 본격적인 게임개발자들의 지식 공유에 앞장서 온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있다.

 

KGC와 글로벌인디게임제작경진대회, 한국게임개발자 서밋 등 지식 공유의 장을 마련하는 마이스 사업은 물론, 게임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하는 게임 교육 사업, 작은 기업들의 '새총'을 '대포'로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는 게임 특화 기업 보육 사업, 그리고 게임산업인의 권익 보호와 게임 문화 인식 개선 등의 활동까지.

 

국내 게임 산업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으로 하루하루가 바쁜 한국게임개발자협회의 정석희 회장을 만나보았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회장
 

- KGC가 벌써 20주년 됐다. 이번 KGC에 대한 소감은?

 

훌륭하고 좋은 컨퍼런스가 너무 많다. KGC가 처음에는 지식을 나누는 역할이었지만 지금은 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행사로 변모하고 있다. 변화의 흐름을 찾고 우리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자는 의미에서 월드카페의 형식을 빌려 산업에 필요한 목소리를 전하는데 집중했다. 또 기성 세대에게 하고 싶은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고, 특히 미래 일꾼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었다.

 

- 다사다난했던 2019년에 대한 소감은?

 

넥슨의 지분매각이나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등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특히 게임산업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고 막을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협회는 개발자들을 돕는데 목표를 두고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 2020년, 게임업계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KGC에서도 많은 내용이 나왔는데, 일단 우리 협회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인력이 '개발자'였지만 지금은 개발자만 게임산업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임 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 특히 구조 조정 같은 고용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구조조정이나 부당해고에 대해 수동적으로 대응했지만,이제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바뀌고 노조도 생기고 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작은 기업들은 노조 구성이 쉽지 않아 우리 협회가 작은 기업들을 대신해서 게임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해 주고 싶다.

 

또 꿈과 희망을 가지고 게임산업에 진출하는 신규 스타트업 대표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더 오래 버틸수 있게 할수 있는 코칭과 엑셀레이터 사업에 집중하고 싶다. 여기에 교육이나 자격증 등 여러가지 방안으로 더 오래, 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전하고 싶다. 

 

- 주52시간제나, 중국의 판호 문제에 대한 생각은?

 

주 52시간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대형 게임사들이 주52시간제로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고 하는데 순전히 핑계다. 이미 업계에 잘 정착되고 있는데 자꾸만 부정적으로 이슈화 시키는게 아쉽다.

 

현재로서는 큰 업체든 작은 업체든 주 52시간제가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고 있고, 크런치 모드 역시 노사간 협의만 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크런치 모드 이후 휴식을 보장해주는게 일반적이다. 주52시간제가 잘 정착되길 바란다.

 

판호 문제에 있어서는, 비공식적인 네트워크으로 들리는 이야기는 분명하게 좋아질 것이라는 많은 이야기가 들린다. 그래도 미래를 위해서라면 중국 시장뿐 아니라 다른 시장에 진출할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중국 내 게임산업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업무를 하는 공무원을 만나봤는데 게임 산업의 중요도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니 공무원들이 쉽게 답변을 하지 못하더라. 그만큼 순위가 낮다는 것 같다.

 


 

- 주 52시간제가 잘 지켜지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국내 게임개발 환경에 대한 평가는?

 

한국이 게임을 만들기 좋은 환경인지 자문해 보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게임개발자들은 기본적으로 '만들고 싶은' 로망이 있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치 않다. 우리나라의 게임 개발 진흥 정책을 보면 사무실 지원이나 인큐베이팅 지원은 잘 되어 있지만, 생업을 그만두고도 최소 6개월의 생활을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보편적 복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게임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긴 하다. 보편적 복지가 쉽게 이루어지는 유럽선진국처럼 되어야 가능하다. 그래도 게임 개발 진흥 정책 차원에서 게임개발자에게 최소 6개월에서 1년 동안 생활비 걱정하지 않고 게임을 개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개발자들은 문서나 회계업무 같은 것이 약한데 이런 것도 쉽게 할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 게임의 수출 감소 현상에 대해서는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대안시장을 찾아나서는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특히 업체들이 불편하고 어려워 하는 부분을 잘 찾아서 해결해 줘야 한다. 신흥게임시장도 쉽지 않다. 그나마 투명한 유럽이나 북미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데 현지에서 사업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게 불가능할 정도다.

 

대형 업체들은 현지 인력들을 활용해 어느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작은업체들은 여력이 안된다. 또 현지 시장에 대한 적합한 조언이 꼭 필요하다. 특히 게임은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게 매우 중요하다. 현지화에 디테일이 있어야 하고 정서적 공감대를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으면 한다.

 

- 1996년을 국내 게임산업이 산업화 되는 기점으로 잡는다고 할때 딱 25년이 흘렀다. 한국게임산업의 지난 25년을 되짚어 본다면?

 

인력이나 자금 등이 특정 게임 업체들에만 쏠리는 현상이 심각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교육이라 생각한다. 작은 업체들을 키우려면 개발력은 물론, 서비스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슬픈 소식은, 게임개발자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종사자 수만 보면 2014년부터 4년간 5천명이 줄었다는 진흥원의 보고도 있다. 그 만큼 게임 개발 기술도 하향평준화 됐다고 본다. 특히 프로그래밍 능력은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게임인재원을 통해 물리, 수학 등 기초능력을 강화시키고, 여기에 사회적으로 보편적인 복지시스템이 가동된다면 좋은 게임과 다양한 게임을 만들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특집] 창간 20주년 인터뷰

1.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회장

2. 한국e스포츠협회 김영만 회장

3.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회장 (현재글)

​4.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

5.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재홍 위원장

6.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7. 유니티코리아 김인숙 지사장

8. SIEK 안도 테츠야 대표

9. WCG 서태건 공동대표

10.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

11. 에픽게임즈코리아 박성철 대표​ 

12. 넷마블 이승원 대표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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