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아크 개발사, 사상검증 논란에 입을 열다 : 게임샷

작년 12월 스팀 얼리 엑세스로 출시되어 인기를 모으고 있던 국산 인디게임 ‘크로노 아크’가 일러스트레이터의 페미니즘 사상검증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월 3일, 한 커뮤니티에 ‘크로노 아크’의 일러스트 외주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가 래디컬(급진적) 페미니즘을 옹호한다는 제보가 올라오며 갑론을박이 일어났다. 이에 개발사 대표가 직접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올리며 게임에서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물을 제외시킨다는 결정을 내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지금, 별도의 입장문을 게재하였음에도 아직 사상검증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크로노 아크’.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개발사 알 피네(Al Fine)의 이형주 대표를 만났다.

알 피네 이형주 대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크로노 아크를 개발 중인 인디게임 팀 알 피네의 이형주 개발자라고 한다.

팀 이름이 특이한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알 피네는 음악 용어로 '끝까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실제 많은 인디 게임들이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중간에 개발이 중단되는 상황이 많다 보니, 끝까지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만들게 되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개발비를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크라우드 펀딩과 스팀 얼리 억세스를 진행한 후 여유가 생겨 이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지금은 공유 사무실에서 개발자 한 명과 출퇴근을 하며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에 일러스트레이터 사상검증 이슈에 휘말렸다. 어떤 것이 발단이었는가?

한 커뮤니티에서 스킬 일러스트 외주를 맞긴 일러스트레이터가 개인 SNS에 프랑스 여성 운동 관련 글을 공유하였다는 이야기가 올라왔다. 그것 만으로는 문제의 소지가 되는지 정확히 판단되지 않았는데, 이것이 여러 커뮤니티들로 퍼지기 시작하더니 타 국가에 대한 비방이나 혐오 조장 글들이 공유된 것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커뮤니티들의 반응이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트위터

당시 심정은 어땠는가?

우리 게임이 이런 이슈에 휘말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평소에 이런 이슈들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나?

예전에 발생된 몇몇 큰 이슈는 알고 있었지만 최근의 이슈들은 개발에 열중하느라 신경 쓰지 못하였다.

해당 일러스트레이터는 어떻게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는가?

인터넷 외주 사이트를 통해 연락하게 되었다. 당시 개발 자금이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출시를 목전에 둔 상황이었는데, 출시 후 외주 비용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흔쾌히 수락하신 유일한 분이다.

이슈가 터진 후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반응은 어떻던가?

이런 일이 있어서 유감이라고,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서로를 다독여줬다. 게임에서 작업물을 제외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비용이 지불되어 권리가 개발사로 넘어갔기 때문에 자신이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의혹 발생부터 작업물 제외 결정까지의 속도가 굉장히 빨랐던 것 같다.

우리가 굉장히 작은 개발사이기 때문에 매출이 여론에 굉장히 휘둘리더라. 실제 스팀에서 환불이 굉장히 많이 들어왔고 이 상황이 계속 지속되면 정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크로노 아크’는 중국어 로컬라이징이 전혀 되어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화권에서 플레이 하는 유저가 다수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일러스트레이터분의 중국 비방 관련 글 공유가 젠더 이슈를 넘어 또 다른 국가관의 이슈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커뮤니티에 올린 사과문에 절을 하는 사진을 첨부하여 화제가 되었는데?

절을 하는 사진이 이렇게 퍼져나갈 줄은 예상치 못했다. 이런 이슈가 발생된 것에 대한 것 외에도, 제가 초반에 해당 커뮤니티에서 저질렀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도 사과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과문

반론을 제시하는 후원자의 트위터 계정을 게임의 공식 계정이 차단(블락)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것은 제 명백한 실수이다.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 크로노 아크의 공식 계정을 운영하기 전까지 거의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았다 보니 공유가 될 때마다 휴대폰에 뜨는 알림을 끈다는 것이 음소거(뮤트) 대신 차단(블락)을 누르게 된 것이다.

11일 게시된 입장문을 보니 결정에 동의하지 못하시는 분들께 환불을 해준다고 하던데

유저에게 도움을 받아 게임 개발하는 입장에서 개발사의 결정이 유저들의 기대를 배신했다면 당연히 환불을 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팀은 우리가 환불 권한이 없기 때문에 고객센터를 통해야 하지만, 텀블벅(크라우드 펀딩) 메시지로 연락을 주시는 후원자들에게는 직접 환불을 드리고 있다.

이번 이슈로 크로노 아크의 개발에 영향이 있을까?

전혀 없을 것이다. 다만 향후 이러한 이슈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이번 이슈로 게임의 업데이트가 늦어진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하루빨리 개발에 박차를 가해 정식으로 게임을 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업데이트 2020.2.13. 18:23 ]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트위터' 이미지가 보강되었습니다.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