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기다려 온 게임, 킹덤 언더 파이어2

발매는 됐는데…
2020년 03월 17일 15시 05분 53초

‘킹덤 언더 파이어(이하 킹언파)’ 라는 이름은 올드 게이머들에게는 나름 추억이 어린 PC 게임일 테고, 30줄에 접어든 이들에게는 부대 전투라는 생소한 형태의 콘솔 게임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기억하는 작품이 어떤 것이든 간에 킹언파 시리즈는 국내 제작사의 게임 치고 나름 해외에서도 선방한 작품이기도 하며, 그만큼 게이머들의 후속 작에 대한 기대도 컸었다. 다만 지속적으로 발매 연기를 한 사실만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단점이랄까. 물론 2019년 11월, 드디어 스팀을 통해 플레이 해 볼 수 있게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 킹언파2 탄생 이야기

 

사실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킹언파2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우여 곡절이 있었다. 킹언파 시리즈를 PC게임 및 콘솔 등으로 발매하며 국내외에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었던 제작사 판타그램(현 블루사이드)이 야심차게 진행했던 것 만큼이나 순탄한 행보를 가지지 못했다고 할까. 

 

일단 2000년대 후반부터 제작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완성이 상당히 늦었다. 2011년 PC 버전의 CBT를 시작했지만 이후로 소식이 없었고, 2014년 콘솔 작품으로 CBT를 하려는 계획 마저도 무산되었다. 이 뿐 아니라 2015년 콘솔로 발매 예정이라고 대대적인 선전을 진행했지만 결국 이 역시도 지켜지지 못했다. 

 

이후부터는 더욱 더 험난한 길이 이어졌다. 킹언파2의 발매가 늦어지면서 자금 회전이 원활하지 못했던 블루사이드가 직원들의 임금이 밀리는 등의 이유로 인해 제작에도 차질을 빚게 되었고, 퍼블리셔인 한게임 측과 제작사 간의 게임 전반에 걸친 이견 차이로 이도 저도 아닌 형태의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어쨌든 2017년에 이르러 드디어 정식으로 해외에서의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원래대로라면 늦어도 2014년쯤에는 발매가 되었어야 할 게임이 여러 이유로 인해 몇 년 후에 런칭을 하다 보니 마치 한 세대 전의 비주얼을 보는 듯한 그래픽 퀄리티를 선 보였던 것. 최초 콘솔용으로 기획이 되다가 PC 기반의 온라인 게임으로 변경이 이루어지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게임성을 가지게 된 것도 흥행 실패의 원인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과 대만, 동남아 및 러시아에서 서비스되었던 해외 서버들은 2019년 초 까지 모두 문을 닫았고, 결국 킹언파2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게임 자체의 IP도 매력적이고, 나름의 인지도도 있었지만, 그리고 이를 기다리는 게이머들이 상당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잦은 발매 연기와(말이 발매 연기지 체감상으로는 전설의 발매 연기 게임 ‘듀크 뉴캠’과 흡사한 분위기였다. ‘리니지 이터널’과 비교해도 훨씬 긴 발매 연기가 진행되었다) 이로 인한 경영 악화 등 악재가 겹친 탓에 10년여 간 제작과 발매 연기가 이루어졌던, 그리고 엄청난 제작비를 소모한 게임이 결국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제작사에서는 이렇듯 회사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로 쓰고 돈 먹는 괴물로 읽는다)가 완전히 사장되는 것이 아쉬웠는지, ‘게임포지’ 라는 퍼블리셔를 통해 2019년 11월 스팀을 통해 마지막 불꽃을 피우기에 이른다. 그래도 나름 과거 런칭 버전의 업그레이드 버전(그 차이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인만큼 개중에서는 가장 나은 퀄리티로 선을 보였다. 무엇보다 기존의 런칭과 달리 스팀을 통해 국내에서도 플레이 하기가 어렵지 않아 접근성 측면에서는 가장 우수한 편이기도 하다. 

 

스팀 버전은 북미 및 유럽 서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별도의 한글화 지원은 없다. 어찌 보면 국내에서도 킹언파2를 기다려 온 게이머들에게 좋지 않은 소식일 수 있겠지만 이는 국내 퍼블리셔인 한게임과의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정한 과정(?)을 거치면 스팀 버전에서도 한국어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실제로 한국 게이머들이 별다른 불편함 없이 플레이를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게임성은 둘째 치고 비주얼은…

 

앞서 언급했듯이 킹언파2는 2017년 런칭을 시작으로, 2019년에 스팀판이 새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다만 서비스는 2017년에 시작했으나 전체적인 게임의 비주얼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실제로 킹언파2의 비주얼은 2013년에 발매된 아키에이지와 비교해서도 결코 우위라고 보기 어렵다. 이는 게임 자체의 개발 기간이 오래된 것도 문제지만, 개발이 길어지면서 제작비가 한계에 도달한 것이 주 원인이라 할 수 있는데, 통상 이렇게 제작 기간이 길어지는 게임의 경우, 시간이 지난 만큼 기존 그래픽을 갈아 엎고 새로운 그래픽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제작비가 한계에 이르다 보니 모든 그래픽 리소스를 새로 작업할 제작비 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에는 중요한 데이터(예를 들어 캐릭터 같은) 위주로 리모델링 작업을 하게 되어 전반적인 비주얼 퀄리티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확 떨어지는 퀄리티는 아니다. 캐주얼 게임에 비교하면 확실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어떤 부분은 퀄리티가 다소 낮고, 어떤 부분들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캐릭터의 디테일은 봐 줄만 하지만 맵의 텍스쳐 등은 상당히 심각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게임 자체의 색감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이 상당히 아쉬웠다. 

 

그런가 하면 전체적인 인터페이스도 최근의 트렌드와는 조금 거리가 느껴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많은 게이머들이 인터페이스의 불편을 호소하고 있으며, 최근에 발매된 게임들과 비교할 경우 답답한 모습들이 많이 노출되었다. 2010년대 초반에만 발매가 되었어도 나름 괜찮은 평가를 받았을 법한 비주얼이지만, 그 수준으로 2019년에 선을 보이니 무언가 괴리감이 느껴지는 모습이라고 할 법 하다.

 


 

엉성하게 넣어 버린 MMORPG 요소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쓸 데 없는 MMORPG 요소를 넣은 것이 게임의 퀄리티를 떨어트리는 가장 큰 문제다. 

 

사실 RTS로 제작되었던 최초의 킹언파를 제외하면 이후 콘솔로 발매된 게임들은(유사작인 N3를 포함하여) 모두 부대 단위의 전투로 진행되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게이머들 역시 이러한 스타일의 킹언파2를 기대했던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퍼블리셔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킹언파2는 기존의 부대 단위 전투가 기본이 되는 게임이 아니라 일반적인 MMORPG 방식의 플레이가 게임의 메인이 되어 버렸다. 기존의 부대 단위 전투는 맵의 특정 지역에 준비된 ‘부대 전투’나 ‘클라이막스’ 등의 일부 모드에서나 사용이 가능해진 것. 그리고 대부분은 지금까지 흔히 즐겨 왔던 평범한 MMORPG 방식의 플레이가 중심이 되어 진행된다.  

 


 

만약 이 작품이 MMORPG 요소를 넣지 않고 기존처럼 스테이지 클리어 식의 진행을 사용했다면, 그리고 PVP나 PVE, RVR과 같은 다양한 멀티플레이에 보다 중점을 두었다면 훨씬 재미 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독특함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충분히 비주얼적인 패널티도 감수할 수 있었을 테고 말이다(뭐 완전히 비주얼이 구리다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실제로 플레이 진행 시 타격감이 조금 약하고 전반적인 조작이 가벼운 느낌이 든다는 것을 제외하면 퀄리티가 결코 나쁘지는 않았다. 물론 MMORPG 기반의 메인 플레이는 지루할 뿐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지만 부대전투로 진행되는 부분은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다. 

 


 

여기에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대형 몬스터나 중세 시대의 다양한 병과, 그리고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적절한 이벤트 컷 신 등 나쁘지 않은 부분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처음 이 게임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RTS 식으로 부대를 운용하며 전투를 진행하는 재미와 더불어 모드 변경을 통해 영웅을 단독으로 움직여 다수의 적들을 학살하며 전황을 유리하게 이끄는 식의 플레이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더더욱 제작 초기의 모습 대신에 MMORPG 위주로 게임이 변화된 것에 아쉬움이 느껴지게 되는데, MMORPG를 메인으로 하면서 이 게임은 게임 자체의 우수한 특징과 퀄리티라는 부분 모두를 잃어버리게 되었고 결국에는 평범한 게임으로 전락해 버린 모습이다.  

 

아직 모르는 분들을 위해 한번 써 봤다

 

스팀에 킹언파2가 올라온 지도 벌써 5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한 시점에서 이 게임의 리뷰를 진행한 것은 킹언파2를 홍보하기 위함도 아니고, 고퀄의 게임이 사장되는 것이 아까와서도 아니다. 그간 이 작품을 기다려 왔지만 이제는 그러한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린 게이머들에게 연기에 연기를 거듭해 오던 킹언파2가 어쨌든 나왔고, 그 모습은 이렇다… 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발매 연기가 잦은 게임이 그러하듯 결론적으로 킹언파2는 결과물이 썩 잘 나온 게임은 아니다. 그럼에도 본 기자와 같이 오랫동안 이를 기다려 온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는 플레이 해 볼 만한 가치는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기자도 지금까지 기다린 것이 아까와서 플레이를 했다. 지속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질 지는 솔직히 확답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괴도 키드 / 2,504,091 [03.18-02:54]

좋은 IP가지고..그걸 살리지 못하다니..쩝
그냥 콘솔로 쭈욱 가지..콘솔, 온라인 두마리 다 잡으려다가...
뭐 이것도 결과론적이니까..10년전 KUF2가 이렇게 늦게 나오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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