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코로나19에 전통스포츠 뛰어넘는다

전통스포츠 중단에 e스포츠 각광
2020년 05월 21일 17시 16분 27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세에 따라 전통스포츠 경기가 멈추면서 스포츠가 아니라고 부정당하던 e스포츠가 전통스포츠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더 나아가 전통스포츠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먼저, 코로나19에 따라 경기를 열지 못하게 된 전통 스포츠 리그들이 게임으로 경기를 대신 하면서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e스포츠 선수가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인 MLB는 야구 게임 'MLB 더 쇼 20' 이벤트 경기를 개최하고 MLB 네트워크에 중계했다. 각 구단을 대표하는 30명의 선수가 자신의 소속팀으로 경기를 펼친 이 경기는 뜨거운 관심과 열기에 스포츠 전문 방송사 ESPN에도 중계됐다.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인 라리가의 18개 구단 20여명의 선수들은 대표적인 축구게임 '피파20'으로 온라인 축구 경기를 치렀다. 23일 열린 결승전에서는 17만여 명의 관람객이 모인 가운데 레알 마드리드가 레가네스를 4-1로 이기며 명성을 드높였다. 이날 모인 중계료 수입 14만 유로는 코로나19 방역에 쓰였다.

스페인 마드리드오픈 조직위원회는 프로 네티스 선수들이 참가하는 온라인 테니스 게임 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마드리드 오픈 버츄얼 투어'에서는 영국의 앤디 머리가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했으며, 네덜란드의 키키 베르턴스가 여성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벨기에의 유명 사이클 대회 '투어 오브 플랜더스'도 코로나19의 여파로 가상현실 경기로 개최됐다. 12명의 선수가 참가한 이번 경기는 실제 대회 거리 260km가 아닌 32km 레이스로 치러졌고, 그 결과 리우 올림픽 개인도로 금메달리스트인 벨기에의 그렉 반아버맛이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번 경기는 TV로도 중계되면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마드리드 오픈 버츄얼 투어의 여성 단식 우승자 키키 베르턴스(좌) 투어 오브 플랜더스의 TV 중계 화면(우)

이러한 이벤트성 경기들은 전통스포츠 팬들은 물론 일반인들을 상대로 '게임으로 경기를 치르고 관람하는 문화'가 퍼지는데 일조했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e스포츠 경기의 시청률도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지난 2월 5일부터 4월 25일까지 진행 된 '2020 LCK 스프링'은 2019 LCK 스프링 대비 일 평균 순 시청자 수가 13.4% 증가한 463만여 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 평균 최고 동시 시청자 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82만여 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약 62%가 해외 시청자 수(약 51만여 명)로 집계됐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더욱 심각한 해외에서의 유입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e스포츠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소속된 ‘T1’과 LCK 스프링 개막 전부터 강력한 선수 로스터 구성으로 화제를 불러 모은 ‘젠지 e스포츠’의 결승전은 최고 동시 시청자 수 215만여 명 이상, 평균 동시 시청자 수 약 120만 명이라는 기록을 달성하며 전 세계 e스포츠 팬들을 열광케 했다.

참고로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소속된 'T1'은 나이키에 이어 최근 BMW의 후원을 받게 됐으며, 나이키는 광고를 통해 “페이커는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위대한 선수”라고 소개하면서 e스포츠의 위상이 전통스포츠 못지 않음을 내비쳤다.


2020 LCK 스프링 시청 기록(좌) SKT T1(우)

이러한 높은 인기에 LCK 프랜차이즈 리그에 국내외 유수 팀들의 입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프랜차이즈 리그에 투자 의향서(LOI)를 제출한 팀이 국내외 25개팀으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 LCK에 소속 된 10개팀과 챌린저스 소속 8개팀이 모두 투자 의향서를 제출한 것은 물론이고, 특히 NBA 새크라멘토 킹스의 구단주인 앤디 밀러가 운영하는 미국 e스포츠 그룹인 ‘NRG e스포츠’도 지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그룹은 전설적인 NBA 선수로 활동했던 샤킬 오닐, MLB의 슈퍼 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 할리우드 배우인 제니퍼 로페즈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또 NFL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e스포츠 그룹인 ‘피츠버그 나이츠’와 FPS e스포츠 대회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리그의 명문 팀인 ‘FaZe Clan’ 역시 LCK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밖에 e스포츠 컨설팅 그룹인 ‘월드 게임 스타(World Game Star)’와 국내 MCN 업체인 ‘트레져헌터’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중국 e스포츠 시장 또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중국 e스포츠 시장규모는 15조원을 넘어섰으며, 2019년에는 20조를 넘어섰다. 1년 동안 25%의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는 중국의 e스포츠 시장 규모가 지금 이 속도대로라면 2021년에는 28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참고로 아이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는 4억 7천 만 명의 e스포츠 소비자가 존재하며 이들 중 76%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e스포츠 시장 매출은 모바일 게임이 47.2%, PC 게임이 24.7%, 관련 광고와 상품 판매 같은 부가 사업 매출은 24.7%로 조사됐다.


2020년 롤드컵 개최지로 선정 된 중국(좌). 작년에는 WCG를 성황리에 개최하기도 했다(우)

이러한 성장세에 따라 우리 정부도 e스포츠 진흥에 팔을 걷어부쳤다. 지난 5월 7일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 종합 계획'을 발표하고, 게임의 긍정적 가치 확산 및 e스포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현재 여러 지자체에서 진행 중인 e스포츠 상설 경기장 건립과 더불어 오는 11월 서울에서 한·중·일 e스포츠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이후 아시아대회, 세계대회로 단계적 확대 운영을 검토한다. 이를 통해 'e스포츠 국제 표준'을 마련함으로써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강화하며, 지역 단위 아마추어·동호인 중심의 생활 e스포츠 기반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시너지를 이루면서 올해 e스포츠 시장이 전통스포츠를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한 전문가는 "온라인으로, 서로 만나지 않고도 얼마든지 경기를 치룰 수 있다는 특성이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리면서 더욱 e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전통스포츠 리그의 개최가 불가능해진 미국이나 유럽의 e스포츠 시장은 올해 더 큰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코로나19로 보편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전통스포츠를 추월할 날이 더욱 일찍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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