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게임의 출시는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 게임이 추억의 게임이라면? 아마도 더더욱 기대가 가지 않을까 싶다.
R2M의 출시는 이렇듯 매우 좋은 환경에서 시작됐다. 현재 상황으로 인해 보다 열려 있는 지갑과 게임에 대한 수요 증가, 그리고 2000년대에 출시된 R2의 모바일 작품이라는 점에서 유저들의 기대 심리도 높아졌고 그만큼 사전 예약 신청 역시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출시 초기 신규 게임 매출 1위는 물론이고, 출시 후 2주가 지난 시점에서도 소수이기는 하지만 대기열이 발생할 정도로 지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도 하다. 일단 시작은 매우 성공적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원작은 있지만 원작과는 다르다
R2M의 원작은 2006년 발매된 MMORPG R2다. 리니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과거에 발매된 작품의 모바일 버전인 셈이다.
하지만 원작과는 비주얼이나 플레이에 있어 많은 부분이 다르다. 굳이 이야기한다면 리니지M이 원작의 소스를 그대로 가져와 모바일 만의 스타일을 넣은 형태라면, R2M은 리니지2 레볼루션이나 리니지2M처럼 원작의 몬스터나 아이템 등을 사용하고 친숙한 클래스가 등장하지만 비주얼이나 플레이 구조가 다른, 리메이크 식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원작과 아주 비슷한 게임을 원했던 이들도 있었겠지만, 사실 이번 모바일 버전이 비주얼 면에서도 낫고 2020년에 어울릴 만한, 보다 세련된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쪽이 더 최근의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실제 흥행 면에서도 R2를 그대로 가져온 것 보다는 현재의 바뀐 모습이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되고 말이다.
원작이 3D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R2M은 3D로 만들어졌지만 시점 변경이 불가능한 형태의, 2.5D 식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다. 화면 확대 및 회전이 불가능하다 보니 간간히 답답한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사양을 덜 타면서 깔끔한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다. 리니지2M처럼 완벽한 3D로 구현된 모습도 좋지만 본 기자처럼 이러한 형태의 비주얼을 더 좋아하는 이들도 있는 만큼 개개인에 따라 좋을 수도,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캐릭터는 현재 나이트와 아처, 위저드의 3개 클래스가 준비되어 있는데, 원작에 비해 캐릭터 수는 줄었지만 보다 직관적인 이름과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은 존재하지 않지만 성별 선택은 가능하다.
과하지 않게 잘 조절했다
플레이의 진행은 일반적인 모바일 MMORPG와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퀘스트를 습득하고 해당 지점으로 이동한 뒤 사냥하는 방식. 퀘스트 진행 시 텔리포트를 통해 바로바로 지역 이동이 가능하고 자동 사냥을 지원하고 있어 신경 쓸 부분이 적은 편이다.
자동 플레이가 지원되는 부분은 스킬 및 물약의 사용, 공격 정도이며, 그 이상의 광범위한 자동 플레이는 지원되지 않는다. 실제로 플레이를 해 보면 자동 기능이 조금 아쉬운 정도 수준에서 자동 플레이 기능이 지원되는 느낌인데, 모바일 게임이라고 해서 너무 과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나은 듯 보여진다. 광범위한 자동 플레이의 경우는 대부분 중국산 게임에서나 볼 수 있기도 하고 말이다.
전체적인 게임 템포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퀘스트 진행 역시 2~30여 마리 장도를 처치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어느 정도 공격을 해야 몬스터를 쓰러트릴 수 있기에 스피디한 스타일은 아니며 바로바로 퀘스트가 클리어 되지도 않는다. 레벨 업 속도 역시 초반 레벨부터 그리 빠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스피디하고 레벨 업이 빠른 중국산 모바일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이라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국내 모바일 게임들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비슷하게 느껴질 법한 수준이다. 다만 게임 초반 저 레벨에서 사용 가능한 스킬이 다소 적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인데, 그렇다고는 해도 게임 초반 플레이에서 스킬을 꼭 사용해야 할 일이 많지 않은 만큼 큰 문제는 되지 않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한국형 MMORPG의 경우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기구를 조작하고, 채집을 해야 한다거나 하는 등의 번거로운 부분이 없다는 점이 나름 마음에 드는 편이기도 하다.
리니지M 시리즈와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이는데?
실제로 플레이를 해 보면 나이트가 플레이를 하기에 안정적이다. R2M의 경우 아처나 위저드 등 원거리 공격 캐릭터를 사용한다고 해서 데미지를 적게 받는 것이 아닌 모습인데, 통상 한 두 발 정도의 공격은 데미지를 입지 않고 딜링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거의 근접전 형태로 싸우다 보니 물약의 소모가 상당히 높다.
특히나 이러한 물약 소모가 게임 초반부터 발생하는 만큼 안정적인 레벨 업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균형 잡힌 나이트를 선택해 플레이를 하는 것을 권한다. 물론 장비가 갖추어진 상태라면 그 양상이 조금 달라지지만 말이다.
리니지M과 비교를 해 보자면, 리니지M의 경우 초 중반 퀘스트를 따라 플레이를 하다 보면 오히려 체력 물약이 남아 도는 상황이 발생하지만 R2M은 갈수록 체력 회복제가 줄어드는 느낌이다. 그만큼 받는 데미지가 더 크고 아처와 같은 원거리 캐릭터들은 그 소모량이 더욱 높다.
게임 초반부터 다양한 버프 주문서 등을 보상으로 주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몬스터들이 주는 데미지가 아픈 편이다 보니 플레이에 주의가 필요한 편. 당연한 말이겠지만 버프 주문서 등을 아끼면 체력 소모가 훨씬 극심하니 적절히 사용하면서 플레이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R2를 해 본 적이 있거나 이번 R2M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들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원작인 R2 자체가 리니지 스타일을 많이 차용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그렇다고 해도 인터페이스나 아이템까지 완전히 거의 같았던 모 게임 정도는 아니지만, 이러한 이유로 R2M 역시 리니지M이나 리니지2M과 닮은 모습이 상당 수 보이는 편이다.
아쉬운 점은 리니지 시리즈에서 가장 적폐라 할 수 있는 아인하사드 시스템을 R2M에도 가져왔다는 것. 리니지M에서 유저들이 가장 괴로워했던 ‘아인하사드의 축복’과 흡사한 ‘유피테르의 계약’ 이 바로 그것인데, 충전 방식이나 효과까지 아인하시드의 축복과 흡사한 유피테르의 계약은 분명 플레이를 함에 있어 금전적인 부담을 주는 요소다. 그나마 리니지M 보다는 덜 악랄하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매우 익숙한, 좋지 않은 시스템이다
그 외 원작에도 등장했던 변신 시스템과 일종의 능력치 향상 펫 개념인 서번트가 존재하며, 모두 뽑기 등을 통해 획득이 가능하다. 상위 등급의 변신이나 서번트를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금전이 필요한 것도 리니지 시리즈와 비슷하다.
특정 보석을 꽂아 능력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매터리얼 시스템도 원작과 마찬가지로 존재하고 있고 플레이가 가능한 던전도 준비되어 있는 모습. 다만 아직까지는 나온 지 얼마 안된 작품이다 보니 던전의 수도 적고 특색 있는 던전 또한 없는 상황이다.
재화의 경우 캐시로 구입 가능한 다이아가 존재하고, 이러한 다이아를 사용해 거래소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리니지M과 동일하다. 마찬가지로 게임 내에서 현금성 화폐로 활용되는 다이아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현질을 하거나 거래소에서 아이템을 판매해야 한다.
비주얼이나 플레이 방식, 자동사냥과 같은 자동 기능의 추가 등은 원작과 달라진 부분이지만 전체적인 큰 줄기를 살펴보면 플레이 면에서 원작과 흡사한 부분이 많은 편이다. 모바일 버전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모바일 게임이 가지는 기본적인 스타일을 첨가한 느낌이라고 보면 될까.
하지만 분명 같은 게임은 아니다. 일부 시스템과 설정 등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R2M의 경우 일단은 원작과 다른 게임으로 봐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완벽하게 동일한 게임 컨셉으로 발매된 리니지M과는 다른 형태의 작품이라는 거다.
R2M이냐, 리니지냐는 취향의 문제…
R2M의 발매 전 부터 충분히 예상되었던 부분이지만 이 게임의 경쟁자는 리니지M 시리즈다. 그만큼 비슷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처음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가 발매된 후 당시 발매된 게임에서 이들을 일명 ‘베끼지’ 않은 작품은 없었다. 선구자적인 입장이니 당연히 중요 포인트를 차용하지 않은 게임이 없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후속 게임들은 선발 주자들의 스타일을 당연히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를 영혼 없이 베끼는 수준인지, 스타일을 차용하면서 자신만의 차이를 낼 수 있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R2M은 비슷하지만 선을 넘지는 않은, 그런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R2M을 하는가, 리니지M 시리즈를 하는가 하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다. R2M 역시 어느 정도 투자를 해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상대적으로 리니지M 시리즈에 비해 그러한 부분이 관대하다는 특징이 있다.
리니지M 시리즈가 과거 리니지의 향수에 젖은 이들을 끌어오는데 성공했다면 R2M 역시 원작인 R2의 향수에 젖은 이들을 끌어올 법하다. 여기에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 해석된 만큼 올드 팬은 물론이고 젊은 게이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R2M은 이제 막 시작을 한 게임이다. MMORPG는 게임을 늦게 시작할수록 메리트가 떨어지는 법, 이것이 리니지M 시리즈와 R2M이 가지는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