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발표 될 '코로나19 이익공유제', 게임업계도 긴장

재계, '기준 모호하다'며 반발
2021년 01월 20일 16시 57분 55초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심각해진 반면, 비대면, 플랫폼 기업 등은 호황을 맞이했다. 콘텐츠산업만 봐도 게임산업은 2020년 상반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11.9% 성장한 8조 11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영화 산업은 -54.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산업간 격차가 심해지고 개인의 소득에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익공유제'를 꺼내들었다. 지난 11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로 많은 이익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주당은 대기업이나 비대면·플랫폼 기업 등 코로나 시대에 호황을 누린 기업들의 자발적인 이익 공유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금융 혜택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 배달의민족 같은 플랫폼 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수수료를 낮춰줄 경우 소득세·법인세를 인하하거나 정책자금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이 가능하다.

 

여기에 정의당은 "자발적인 방식이 아닌 제도화해야 한다"며 특별재난연대세 도입을 논의하자고 나섰다. 정의당의 장혜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코로나 양극화’를 해결할 특별재난연대세 도입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특별재난연대세'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구조적 변화로 인해 전년보다 소득이나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개인·법인, 그리고 초고소득자와 대기업에 향후 2년간 한시적으로 세금을 5% 더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걷힌 국세의 절반은 재난관리기금에, 나머지 절반은 고용보험기금에 적립되는 방식이다.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정의당 장혜영 의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은 '이익공유제'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각종 규제로 기업의 손발을 묶어놓고 한술 더 떠 이익공유제까지 한다고 한다. 경제 주체의 팔목을 비틀고 이익까지 환수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은 미덕이지만 집권 여당이 강권하는 것은 겁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뜬구름 같은 이익공유제' 대신 정부가 나서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에 집중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금 민주당 일각에서 이윤·이익공유제니 뭐니 이런 이야기를 떠들고 있다"며 "지금 시급한 건 1년간 경제적 손실을 엄청나게 많이 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에 대한 일정한 지원 대책이다. 정부가 적극 재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한 비판도 나왔다. '사회주의'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사회주의 경제를 연상케 하는 반시장적 발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당한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 기업과 국민의 희생 강요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정권의 발상이 무섭다고 말했다.

 

물론 재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이익 산정의 불명확함, 주주의 형평성 침해, 경영진의 사법적 처벌 가능성, 외국 기업과의 형평성, 성장 유인 약화 등 5가지 쟁점을 안고 있다며 "기존에 자율적으로 추진해오던 상생 활동이 위축되거나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일률적인 방식으로 트레이드 오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지적한 쟁점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표하면서도 '자발성'에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고용취약계층 등이 있는 반면 코로나 승자도 있다. 그런 기업들이 기금을 만들어 코로나로 고통받는 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며 "다만 그것을 제도화 해서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다. 민간·경제계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운동이 전개가 되고, 그에 참여한 기업에 국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익공유제 역시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와 그에따른 인센티브 제공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19일 열린 중소기업 신년인사회에서 "기업을 강제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매력적이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비 중"이라면서 "재정이 감당하는 양극화의 완화 또는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민간 또는 경제계 내부에서 상부상조로 서로를 돕는 이익공유제가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년기자회견 중인 문재인 대통령
 

빠르면 이달 중 나올 민주당의 이익공유제의 롤모델로는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사례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지난해 기업별 연대기금을 조성했고, 여기에는 BMW, 포르쉐, 지멘스 등 자동차/금속/전기 분야 기업이 참여했다. 기업은 사업장 노동자 1인당 350유로(약 46만원)씩 기금을 적립하고, 해당 기금은 사업장별 단체협약에 근거해 조업단축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에게 우선 지원하도록 했다.

 

프랑스는 보험회사들이 2억유로(약 2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내놓아 연대기금을 조성했다. 이 연대기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중단, 매출액 감소 등의 피해를 본 소규모 사업자가 부도 위험에 직면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초기에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소기업, 개인사업자, 프리랜서 등에 1500유로(200만원)를 지원했으나 최근 지원대상 및 규모가 확대됐다.

 

애플 및 도어대시, 그럽헙, 포스트메이츠 등 미국 IT기업들이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지원한 사례도 언급됐다. 애플은 올해부터 중소 개발자를 위한 앱스토어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하기 시작했으며, 도어대시의 경우 지난해 4월13일부터 5월말까지 한시적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에 있는 15만개 지역식당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50% 인하한 바 있다.

 

현재는 반도체·가전 활황을 누린 삼성, SK, LG 같은 대기업이나 카카오페이,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비대면 기업들이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호황을 이룬 게임업계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게임업체들의 이목이 커진 상황.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이 아니라 말을 꺼내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사회 공헌을 통해 일종의 이익공유를 실천해오고 있었는데, 정부가 직접 기금을 조성하라 하면 사회 공헌과 관련 된 금액이 줄어들지 않겠나"고 말했다.

 

또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기적 성과를 위해 이익을 나누는 것은 보약으로 사람 몸을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핀을 놓아 환각을 보게 하는 것에 가깝다"라며 "오히려 기업 이익금을 미래 산업, 인재에 투자를 할 수 있는 교육 마련이나 장기적인 관점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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