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오일머니, EA마저 78조 원에 삼켰다

K-게임도 사우디 사정권 진입
2026년 08월 05일 16시 55분 05초

글로벌 게임 시장의 '거함' 일렉트로닉아츠(EA)가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의 손에 넘어가며 비상장사로 전환된다.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주도하는 e스포츠 및 게임 산업 중심의 글로벌 영토 확장이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결실을 맺은 모양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이끄는 컨소시엄은 EA를 총 550억 달러(한화 약 78조 원)에 최종 인수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컨소시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가 합류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으로부터 2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출을 끌어오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택했다. 이는 LBO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인수로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던 EA는 전량 주식 매수 과정을 거쳐 비상장 법인으로 전격 전환된다.

 


 

이번 EA 인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글로벌 e스포츠 및 게임 산업 제패의 정점이 될 전망이다. 사우디는 자회사 '새비 게임즈 그룹(Savvy Games Group)'을 통해 세계 최대 e스포츠 운영사인 ESL 게이밍과 페이스잇(FACEIT)을 인수하며 e스포츠 인프라를 독점하다시피 구축한 바 있다.

 

여기에 막대한 상금을 내걸고 매년 리야드에서 개최하는 'e스포츠 월드컵(EWC)'에 EA의 핵심 IP인 'EA SPORTS FC(구 FIFA)', 'Apex 레전드' 등을 온전히 흡수시킬 수 있게 됐다. e스포츠 대회 운영 플랫폼부터 주력 경기 종목(IP), 개발사까지 모두 사우디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 셈이다.

 


 

넥슨·NC 주요 주주로 등극…한국 게임업계로 뻗치는 '오일머니'

 

사우디의 게임 지배력 강화는 한국 게임 시장과도 이미 깊게 연결되어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국내 주요 대형 게임사들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며 핵심 주주 자리를 차지해 왔다.

 

PIF는 약 1조 원 이상을 투입해 엔씨 지분 9.26%를 확보, 김택진 대표에 이은 2대 주주로 등극했다. 현재까지 10%를 넘게 보유하며 3대 주주에 위치하고 있는 넥슨의 지분율도 지속해서 확대 중이다.

 

M&A의 가능성도 시사 한 바 있다. 새비 게임즈 그룹 측은 "적합한 기회가 있다면 한국 게임사에 대한 추가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언제든 열려 있다"고 밝히며 국내 업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조조정 먹구름과 '콘텐츠 검열' 논란…게이머들 우려 확산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기대보다 우려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악재는 수익성 압박으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인수 자금 중 대규모 차입금이 포함된 만큼, 향후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게임 개발비 절감, 공격적인 인앱 결제(BM) 도입, 그리고 인력 감원이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9월 인수를 발표한 이후인 올해 3월에는 DICE, 크라이테리온 등 배틀필드 전담 4개 스튜디오에서 개발 인력 약 300명을 해고했고, 지난 6월에는 고객 지원(Fan Care), 채용, IT 부문을 중심으로 인력을 대거 감축하면서 해당 업무를 외부 파트너사나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운영 효율화(외주화)를 단행했다.

 

개발 자유도와 콘텐츠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EA의 대표 IP인 '더 심즈(The Sims)' 시리즈 등은 그동안 다양성과 성소수자(LGBTQ+) 요소를 자유롭게 도입해왔다. 그러나 엄격한 이슬람 샤리아 법을 적용하는 사우디 자본이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성소수자 관련 표현이나 정치·사회적 메시지에 대한 검열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석유 이후의 미래…왜 e스포츠와 게임인가?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프로젝트인 '비전 2030(Vision 2030)'의 핵심 이정표로 보고 있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사우디 정부는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청년층을 흡수하고, 글로벌 문화 영향력을 확대할 수단으로 e스포츠와 게임을 낙점했다.

 

특히 EA가 보유한 글로벌 유저층과 e스포츠 종목 자산은 사우디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인권 탄압 등의 부정적 대외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일명 '스포츠워싱(Sportswashing)' 및 '게임워싱'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풀이된다.

 

EA라는 대형 공룡을 집어삼킨 사우디의 오일머니가 향후 글로벌 게임 개발 지형과 e스포츠 대회 생태계, 나아가 한국 게임 시장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전 세계 게이머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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