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의 '맏형'이라고 불리우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이른바 '3N'의 실적이 올해들어 주춤한 가운데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으로 일컬어지는 2K와 펄어비스, 데브시스터즈, 스마일게이트의 실적 상승이 눈에 띄고 있다.
3N의 실적은 올해 2분기들어 부진의 늪에 빠진 상태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넷마블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8%, 80.2% 감소했고, 넥슨은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42% 감소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은 46% 감소했다. 가히 '충격적'이라고 불리울만 하다.
3분기 예상치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36%, 영업이익 35.9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넷마블의 경우 매출은 9.55%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8.93%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넥슨 일본법인은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3분기 실적 전망치를 공개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N의 실적 부진은 사실 작년부터 어느정도 예견되어 왔다. 넥슨의 경우 중국 던전앤파이터 온라인의 실적이 급격히 쪼그라든 상태고, 여기에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출시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추가적인 매출도 기약없는 상태다. 국내 매출이 어느정도 오르긴 했지만, 그 동안 중국에서 번 돈에 비하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넷마블의 경우 '세븐나이츠2'가 어느정도 흥행에 성공하긴 했으나 오래가지 못한 상황에 '제2의 나라'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노후화와 더불어 '블레이드앤소울2', '리니지W', '프로젝트TL' 등 신작 개발에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나가는 돈이 많아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3N의 실적 악화 원인은 '이용자들의 외면'이 크다. 올해 초부터 이용자들의 분노와 불만을 담은 트럭시위는 넷마블을 시작으로 엔씨소프트, 넥슨으로 번져갔다. 이유는 각 게임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적으로는 게임사들의 방만한 운영과 과도한 BM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F' 게임이나 'M'게임, 'L'게임의 경우 게임사들이 문제 발생 초기에 대처만 잘 했더라도 이렇게까지는 안됐을 것이라는 것이 이용자들의 중론이다.
특히 BM에 대한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1일 진행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게임 수준보다 'BM'(비즈니스 모델)만 연구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3N이 확률형아이템을 기반으로 돈만 추구하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며 '세대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8월 상장을 마친 크래프톤은 단박에 게임 대장주로 등극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2분기 매출 4595억원, 영업이익 174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N에 못 미치나 영업이익은 3N을 뛰어넘는 수치다. 3분기 역시 영업이익 만큼은 3N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를 기반으로 게임과 미디어 부분을 확장해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인도 시장에 재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는 출시 일주일만에 누적 이용자수 3400만 명, 일일 최대 이용자수 1600만 명, 최대 동시 접속자수 240만 명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인도 시장에 안착했다. 현지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매출 순위 1,2위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연내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를 글로벌 출시할 예정이다. 뉴스테이트는 배틀그라운드를 기반으로 자체 제작한 모바일 게임으로, 사전예약자수 50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크래프톤은 중국과 베트남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직접 서비스를 진행, 게임 흥행에 따른 수익도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9월 상장한 이후 넵튠,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등 다양한 게임 개발사에 적극적으로 지분 투자를 진행하고 퍼블리싱을 맡아 수익을 극대화한 결과 ‘오딘:발할라 라이징’을 출시하며 대표작을 배출하는데 성공했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오딘'은 공들인 게임성과 다른 게임들에 비해 '순한 맛'이라고 평가 받을 정도로 적절한 BM으로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장기 흥행에 들어갔다. 특히 4년 동안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유지하던 ‘리니지M’을 제치고 1위에 등극,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세 교체'에 성공했다.
오딘의 성과에 힘입어 카카오게임즈는 3분기 매출 3천677억원, 영업이익 67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44.3%, 영업이익 217% 대폭 증가한 수준이다. 이 외에도 카카오게임즈는 스포츠 분야 신사업과 블록체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3N을 넘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 펄어비스와 데브시스터즈, 스마일게이트의 기세도 심상찮다.
데브시스터즈는 모바일 RPG ‘쿠키런: 킹덤’의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 덕분에 신흥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3분기 매출 896억원, 영업이익 20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매출은 전년 대비 406% 증가, 영업이익은 3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달 일본에 정식 서비스한 해당 게임이 출시 하루만에 현지 애플 앱스토어 인기순위 1위에 등극하고 영어버전 보이스 콘텐츠를 적용해 공략한 미국 시장에서 매출 3위에 올라 글로벌 입지를 굳히고 있다.
'검은사막'으로 꾸준한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펄어비스는 무엇보다도 미래가 기대되는 게임사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게임스컴 2021에서 인게임 영상을 공개한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도깨비'가 국내는 물론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일약 주목받으면서다. 특히 플레이어가 도깨비를 수집하고, 도깨비와 함께 펼치는 다이나믹한 전투 등을 본 해외 게이머들은 '요괴워치나 포켓몬이 떠오른다'며 향후 대중적인 글로벌 히트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PC와 콘솔로 개발 중인 '붉은 사막'도 높은 기대를 얻고 있다. 지난 해 12월 북미 최대 게임 시상식인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 TGA)’에서 공개 된 트레일러 영상에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는 평가가 쏟아졌고, 펄어비스 역시 AAA급 게임을 능가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위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스마일게이트는 2017년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 2017년 연매출 5946억 원에서 2018년에는 7582억 원으로 28% 늘었고, 2019년에는 8874억 원으로 상승했다. 영업이익도 2335억 원(2017년)에서 2018년에는 2804억 원, 2019년 2895억 원으로 점진적으로 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스마일게이트는 특히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기록한 해외 게임 매출은 843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83.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년대비 21% 성장 한 수치로, 일찍이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크로스파이어'의 지속적 성장과 더불어 2018년 선보인 '로스트아크'와 2019년 출시한 '에픽세븐'이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는 향후에도 지속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먼저 '로스트아크'는 아마존게임즈를 통해 서구권 시장에 진출 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크로스파이어'의 차기작 ‘크로스파이어X’가 XBOX 시리즈X 플랫폼으로 출시 될 예정이다. 특히 '로스트아크'는 오는 11월 4일부터 11일까지 CBT를 진행하고 내년에 출시 할 계획이라는 구체적인 일정도 나온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곧 국내 게임업계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면서 '거대한 공룡' 같아진 3N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이어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3N의 둔화와 더불어 신흥 강자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의 차이는 변화와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3N이 국내 대표 게임사의 자리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