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롤스터가 광동 프릭스에게 완승을 거두면서 서머 시즌 상위권의 판세는 젠지와 kt롤스터의 투톱 체제로 점점 굳어지는 분위기다.
디플러스 기아와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기는 디플러스 기아가 2대 0 승리를 거뒀다. 다만 이는 디플러스 기아가 잘 했다기 보다 한화생명e스포츠의 문제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였다.
- 불거진 클리드의 성희롱 문제
한화생명e스포츠는 28일 경기에서 주전 정글러인 클리드 선수를 기용하지 않았다. 이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클리드 선수와 관련된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사건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최근 클리드 선수가 소셜 계정을 통해 특정 여성에게 보낸 메시지들이 문제가 됐다.
이 사건은 27일 ‘서연’ 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성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클리드 선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공개하며 불거졌다.
이 여성은 조작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자신의 인스타 DM의 캡쳐 사진과 클리드 선수가 직접 보낸 셀카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는데, 클리드 선수는 대화에서 ‘젖소’라는 표현 및 성적 유추가 될 만한 단어들을 사용했다.
이어 같은 날 또 다른 여성이 클리드 선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특히나 이 여성은 미성년자였고, 캡쳐된 대화 내용 역시 이전 폭로자와 마찬가지로 성적인 묘사가 있는 단어들이 많았다.
그 후 다수의 여성들의 폭로가 이어졌는데, 앞서 언급했던 두 명의 여성 외에는 확실한 증거가 부족해 일부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클리드 선수가 지금까지 다수의 여성들에게 불쾌하게 생각될 만한 메시지를 보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흘러가다 보니 클리드 선수의 소속사인 쉐도우 코퍼레이션의 입장문이 28일 공개됐다.
이 입장문에서는 ‘다소 수위 높은 대화가 오고 간 적이 있기는 하나 실제로 만난 적도 없고 그 이상의 부적절한 언동은 없었으며, 마음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많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렸다’ 며 사건 자체를 축소하는 듯한 뉘앙스가 강했다.
하지만 사건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는 것으로 보아 현재 폭로된 내용들은 모두 사실에 기반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을 확인해서인지 팀과 LCK 차원에서의 대처도 나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화생명e스포츠는 스크림에서도 클리드 선수를 빼고 진행했고, 28일 경기 역시 2군에서 콜업한 ‘그리즐리’ 선수를 기용했다. 각종 방송 화면에서도 클리드 선수와 관련된 화면을 내보내지 않았고 아예 방송 자체를 비공개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사건이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될 지, 그리고 정확한 진실을 아직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한화생명e스포츠나 클리드 선수 모두에게 치명타가 될 만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현재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클리드 선수의 부적절한 메시지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한화생명e스포츠의 앞으로의 행보는?
한화생명e스포츠는 28일 경기 후 클리드 선수와 관련된 질문에 별다른 언급을 내 놓지 않았다. 아마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해당 사건 자체가 팀의 문제라기 보다는 소속 선수의 문제이기에 상당히 답답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현재 서머 시즌이 한창인 상황에서 팀 운용에도 상당한 악재가 되고 있는 상황이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한화생명e스포츠는 클리드 선수와 결별의 수순을 밟을 확률이 높다.
팀의 입장에서도 클리드 선수가 그리 달갑지 않을 듯하며, 설사 성희롱과 관련해 죄가 없다고 판결이 난다고 해도 LCK 활동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한화생명e스포츠 역시 모회사 홍보에 마이너스 효과를 줄 선수를 계속 데리고 갈 리가 만무하며, 심지어 실력적인 측면에서도 올 시즌을 끝으로 재계약이 어려울 만한 실력을 보여줬다.
이미 자신이 해당 여성들에게 직접 보낸 사진들도 공개가 된 상태다
현재 국내 LCK 팀들은 모두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모든 팀들은 수익을 내기보다는 프로야구처럼 홍보의 목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터진 선수를 다시 기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한화생명e스포츠가 이 일로 인해 투자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경기에서 클리드 선수를 기용하지 않았던 것 자체가 팀에서도 확실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며, 해당 사건을 접한 클리드 선수 역시 현재 정상적으로 경기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심리적인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e스포츠 표준계약서에는 ‘성범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와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다. 이를 토대로 한화생명e스포츠의 계약해지는 당연한 수순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무죄로 판명된다고 해도 올 시즌 클리드 선수가 경기에 나올 확률은 0%다. 이미 고소가 접수된 상태이다 보니 해당 사건의 결과가 나올 때쯤이면 8월이 훌쩍 지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사건 조사중인, 그것도 확실한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 클리드 선수를 기용할 리 만무하다. 심지어 죄가 없다고 해도 여러 이유로 선수 생활이 사실 상 어려운 상황이다.
- 한화생명e스포츠의 해결책은 있을까.
어쨌든 한화생명 이 스포츠는 현재 상당한 난관에 직면한 상황이 됐다.
현재 치열한 중상위권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클리드 선수가 빠질 경우 이번 디플러스 기아전처럼 팀 전체의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클리드 선수를 경기에 참여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래서도 안된다. 그렇다면 대안은 빠르게 새로운 정글러를 물색하거나 2군에서 콜 업한 그리즐리 선수를 서머 시즌에 지속적으로 기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즐리 선수의 지속적인 기용은 사실 상 올 시즌을 포기한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회의적이다. 정글러라는, 상당히 유기적인 플레이가 요구되는 포지션 상 어떤 선수이던 간에 적응에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에 팀 전력 약화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현재 재야에 남아 있는 쓸만한 선수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다른 팀에서 쓸만한 선수를 영입해 와야 하는데 시즌 중에 다른 팀 주전 선수를 영입한다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에 가깝고 기껏 해야 후보 선수 정도나 2군 선수를 영입하는 수순에 머무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그리즐리 선수를 기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우 즉시 전력감 정글러를 영입해야 그나마 서머 시즌에 희망을 걸 수 있다. 단순히 자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유일한 대안이라면 어떻게든 DRX의 크로코나 주한 선수 중 한 명을 영입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DRX의 경우 현재 팀 전력으로 인해 하위권이 확정된 상황이기도 하고 그만큼 선수의 연봉을 줄이는 자체가 메리트가 될 수도 있다.
주한 선수의 경우 연봉이 낮고 DRX에서도 나름 키우는 선수이다 보니 영입이 어렵겠지만 크로코 선수는 이적을 통해 과거의 기량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DRX 입장에서도 현재 핵심 전력이 아니다.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다.
물론 그리즐리 선수를 지속적으로 기용하는 것이 가장 가능성 높은 행보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러한 경우 올 시즌 롤드컵 참가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서머 시즌에서 좋은 분위기를 타던 한화생명e스포츠였기에 이번 사건이 심히 억울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무엇보다 팀 자체의 문제가 아닌 선수의 문제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되어 상당한 고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새로운 정글러의 영입은 추가적인 지출을 요하는 것이고, 설령 영입을 했다고 해도 현재와 비슷한 전력을 만들기도 어렵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카와 바이퍼가 있는 팀이 이렇게 될 줄은…
이 때문에 정글러의 영입, 또는 그리즐리 선수의 서머 시즌 기용은 팀 자체보다는 윗선인 한화생명의 의향에 따라 갈릴 확률이 높다.
보다 투자를 하더라도 성적을 올리고 싶다면 과감한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고, 어차피 이번 시즌은 틀렸다고 생각된다면 현재의 구성으로 시즌을 마감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클리드 선수의 사건으로 인해 이번 서머 시즌 순위 및 롤드컵 티켓은 디플러스 기아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과연 한화생명e스포츠는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 그 행보가 궁금해진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