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차 경기를 끝으로 LCK 스프링 시즌도 설날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2월 4일 경기를 끝으로 13일까지 경기가 없으며, 14일부터 4주차 경기가 진행된다. LPL 역시 2월 7일 경기를 끝으로 춘절 휴식기를 거친 후 18일부터 경기가 재개된다.
3주차 경기에서는 그다지 큰 변동이 없을 것 같았던 세력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 광동 프릭스가 각성하며 4위권 실력을 갖추게 됐고, 디플러스 기아는 동부로 떨어졌다. 스프링 시즌의 3분의 1을 소화한 시점에서 중,상위권 팀들의 현재 상황을 간략히 평가해 봤다.
젠지 - 1라운드 현재 최강의 팀
젠지는 시즌 초의 우려를 종식시키며 현재 전승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첫 경기에서 T1에게 이미 승리를 거둔 만큼 1라운드 1위를 사실상 예약해 놓은 상태다. 한화생명e스포츠 경기만 잘 하면 된다.
예상대로 상체의 무력은 최강이다. 기인은 홀로 무쌍을 찍고 있고, 캐니언 역시 서서히 폼이 올라오고 있다. 쵸비는 무력에 있어 미드라이너 중 최강의 선수다.
그에 반해 바텀 라인은 상대적으로 힘이 빠진다. 워낙 상체에서 해결을 해 주니 바텀 의존도가 올 시즌 그리 크지 않지만 작년에 비해 바텀이 밀리는 양상이 많이 보인다.
사소한 문제도 있다. 이상하리 만치 1세트 경기력이 좋지 않다. 물론 이는 상대 팀들이 준비를 잘 해온 것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패배한 두 세트 모두 1세트를 패한 것이고, 그 외의 경기에서도 2세트에 비해 1세트에서 접전 양상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전승을 하고 있다는 것은 뒷심이 좋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디플러스 기아전처럼 패할 것 같은 경기를 뒤집는 경우도 많았다.
다만 2라운드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T1의 기세가 상당히 좋은 편이고, 한화생명e스포츠가 100%의 힘을 발휘한다면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현재 가장 돋보이는 팀이 젠지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T1 - 2라운드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올지도…
T1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이 말은 현재 메타에 이제 어느 정도 적응했다는 의미다.
1라운드에서는 젠지에게 패배했지만 2라운드는 어느 팀이 승리할 지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언제부터인가 젠지가 T1의 담당 일진이 되어 버린 만큼 2라운드에서도 젠지에게 승리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젠지와 자웅을 겨룰 만한 힘이 있는 유일한 팀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모든 선수들이 정상적인 폼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나 케리아와 오너의 폼이 좋다.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여유가 느껴진다.
여기에 현재 메타 역시 T1에게 유리한 점이 많은 편이고, 악재가 될 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구멍이라 할 수 있는 라인도 전무하다.
1라운드에서 젠지에게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이유다. 사실 상 이번 스프링 시즌에서도 젠지를 제외하면 T1을 꺾을 만한 팀은 없어 보인다.
한화생명e스포츠 – 가진 것은 많은데 왜 이정도 밖에 못하지?
한화생명e스포츠는 분명 23 시즌에 비해 엄청난 전력 보강을 이루어 냈다. 그러한 만큼이나 젠지 및 T1과 더불어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심지어 23 젠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보니 올 시즌 젠지보다 나은 전력으로 평가했던 이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본 기자 역시 그렇게 예상했다).
하지만 3주차 까지의 플레이를 놓고 보면 분명 강팀은 맞지만 우승을 노리는 전력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제카가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펼쳤다고는 하나 T1에게 무기력하게 패배한 것도 그렇다.
다만 직전 농심 레드포스와의 경기에서 한 세트를 내 준 것은 실력 문제라기 보다는 너무 여유를 부린 것이 컸다. 광동 프릭스나 디플러스 기아 등 중상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둔 것에서 보듯 상위권 전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어찌 보면 현재의 한화생명e스포츠는 팀 전력의 80% 정도만 사용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이것이 새로운 메타에 대한 적응이 아직 덜 끝나서인지, 아니면 새로운 팀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일시적인 현상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선수가 아닌 팀 보드진의 문제인지는 몰라도(사실 한화생명e스포츠의 코칭스태프는 긍정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이상하리 만치 변동이 없다) 생각보다 전차의 추진력이 강하지 않다. 팀은 분명 변화되고 강해졌는데 플레이 스타일은 23시즌 스타일과 흡사한 것도 문제다.
앞으로 팀이 보다 좋아질 수 있는 여지는 분명히 있지만 현재로서는 젠지나 T1에 비해 반 발자국 정도 뒤쳐져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젠지전에서 승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혼란의 스프링 시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아마도 1라운드 까지는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2라운드에서 팀 전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진정한 우승 후보다운 팀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싶다. 만약 이후에도 온전한 전력을 활용하지 못할 경우 올 시즌 3위권 전력으로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
광동 프릭스 – 이제는 광동 프릭스 버전 2다
스프링 시즌 초반의 광동 프릭스는 이제 잊어도 좋다. 불이 가세한 광동 프릭스는 이전의 광동 프릭스와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3주차 경기에서도 디플러스 기아에게 2대 0으로 승리하며 이제는 빅3 팀들 바로 아래 단계까지 올라왔다. 이는 불이 가세하면서 다른 라인의 플레이가 살아나고 팀의 짜임새가 좋아진 것이 크다.
두두와 커즈가 버티고 있던 상체 라인은 튼실했지만 바텀 라인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문제였는데, 불이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상체와 하체가 균형 잡힌 플레이를 하게 됐다. 더불어 불독의 플레이도 덩달아 좋아지면서 이제는 명실상부 서부권 팀에 어울리는 전력으로 변화한 상태다.
다만 불안 요소들은 남아 있다. 불이 분명 팀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큰 기여를 했고, 신인 치고는 상당히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신인이라는 한계 상 언제고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에 현재는 아직 정보가 많지 않아 전력 분석이 잘 되지 않은 상태지만 조만간 다른 팀들의 견제가 들어오면서 플레이에 난항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불독의 플레이가 아쉬운 것도 문제다. 그나마 불의 가세로 플레이가 한층 좋아진 것은 맞지만 불독이 현재 중,상위권 팀들 중 가장 체급이 떨어지는 미드라이너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요소들을 잘 극복한다면 2라운드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로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서부권 유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은 확정적으로 보인다.
kt롤스터 – 작년보다 약해진 것은 인정하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로스터를 꾸렸고, 나름 현재 5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작년과 비교해 kt롤스터의 전력이 많이 약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나마 서부권 전력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나 그 이상은 어렵다. 심지어 각성한 광동 프릭스에게도 패하면서 이제는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디플러스 기아보다 조금 더 낫다는 것이 나름의 위안거리라고 할까.
표식은 충분히 잘 해주고 있다. 다만 비디디나 데프트, 베릴 등이 아직 작년의 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기인이 빠진 빈 자리를 퍼펙트가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신인 치고는 나쁘지 않지만 신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심지어 지난 DRX전은 표식의 신들린 3세트 연속 스틸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DRX에게 패했을 확률이 높다. kt롤스터 역시 디플러스 기아처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들의 폼이 올라온다면 광동 프릭스와 어느 정도 경쟁이 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1라운드에서는 현재의 성적으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현 상황으로는 우승권 전력으로 평가받기 어려우며, 2라운드에서도 비슷한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디플러스 기아 – 어느덧 동부 팀이 되어 버렸다
2주차 시점에서 디플러스 기아가 나름 괜찮은 전력이었다고 평가한 것은 오산이었다. 지난 젠지전 이후 기대치와 전력 평가를 너무 후하게 한 듯하다.
광동 프릭스와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모두 2대 0 패배를 당했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후 있을 T1과의 경기 역시 승리가 어려워 보인다. 지금까지 진행된 서부권 팀과의 경기에서 전패를 한 만큼이나 올 시즌 디플러스 기아는 서부권 유지가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며 팀 전력이 나아질 뚜렷한 요인도 없는 상태다.
특히나 서부권 팀을 상대로 승리를 하기도, 패배도 하는 식의 행보를 보였다면 반등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보겠지만 전패를 한 마당에서 컨디션 문제와 같은 이유를 꼽기도 어렵다.
현재 킹겐과 에이밍의 폼이 정상적이지 않고, 루시드는 보다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상 23 시즌에 비해 탑과 바텀이 업그레이드된 상태에서 경쟁 팀인 kt롤스터의 전력 또한 약화되었음에도 이렇듯 팀 성적이 하락한 부분에는 팀의 굳은 일을 도맡아 하던 캐니언의 부재가 크다. 루시드의 정글러 기용은 현재 상황에서 전혀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현재의 디플러스 기아는 이제 동부권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라운드에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타잔의 영입도 적극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