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완성차, 게임 속으로...스폰서십부터 세계관까지

현대차, 벤츠, BMW, 벤틀리까지
2026년 10월 15일 14시 17분 50초

최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게임 산업과의 결합을 가속화하며 전통적인 마케팅 틀을 과감히 깨뜨리고 있다. 과거의 자동차 광고가 거대한 전광판이나 TV 화면을 통해 성능과 디자인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면, 이제는 전 세계 수천만 명의 유저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가상 공간이 새로운 각축장으로 떠올랐다. 완성차 업계가 단순한 스폰서십을 넘어 게임 속 세계관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며 젊은 세대의 심장을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글로벌 게임사 크래프톤과 명차 브랜드 벤틀리의 만남이다. 크래프톤은 대표작 'PUBG: 배틀그라운드'의 43.2 업데이트를 통해 벤틀리의 대표 모델인 럭셔리 세단 '플라잉 스퍼 뮬리너'와 스포츠카 '컨티넨탈 GTC 뮬리너' 등 스페셜 탈것 스킨 3종을 정교하게 구현했다. 

 

게임 속 차량들은 단순한 그래픽 재현을 넘어, 벤틀리 특유의 전용 시동 및 경적 사운드는 물론 슬라이딩 파노라마 선루프와 접이식 소프트톱 등 고유 기능까지 생생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가상 현실 속에서 최고급 명차를 직접 운전하고 외관 색상부터 실내 장식, 번호판까지 바꾸는 전용 커스터마이즈 경험은 유저들에게 강렬한 대리만족을 안겼으며, 벤틀리는 미래의 잠재 고객인 젊은 게이머들에게 브랜드의 독보적인 럭셔리 가치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최대 게임 축제인 지스타(G-STAR) 무대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이 같은 흐름에 발을 맞췄다. 현대차는 지스타2026 B2C 전시장에 대형 특별 부스를 마련하고, 고성능 브랜드 'N'을 내세워 모터스포츠 기반의 체험 콘텐츠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유명 글로벌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인 '그란 투리스모 7'을 공식 타이틀로 채택해 국내 최대 규모의 심레이싱 e스포츠 대회인 '현대 N 버추얼컵'의 그랜드 파이널을 현장에서 개최하며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15년 N 브랜드의 서막을 열었던 콘셉트카 '현대 N 2025 비전 그란투리스모'를 공식 레이싱카로 등장시켜 유저들이 초고성능 가상 운전을 직접 시연할 수 있게 한 시도는, 자동차를 타는 이동 수단을 넘어 '즐기는 문화 콘텐츠'로 재정의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

 

세계적인 라이벌 관계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e스포츠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세계로 무대를 옮겨 치열한 장외 대결을 벌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라이엇 게임즈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통해 롤드컵 우승 팀에게 수여되는 화려한 '챔피언십 반지'를 공동 제작하고 공식 트로피 캐리어 차량을 제공하는 등 대회의 상징적인 순간마다 브랜드 로고를 노출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와 함께 BMW는 LoL 역사상 최고의 전설로 꼽히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속한 글로벌 명문 구단 'T1'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선수들의 생일이나 기념비적인 순간마다 맞춤형 고성능 차량을 지원하는 등 팬덤 중심의 밀착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두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 같은 행보는 디지털 세대와의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확보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완성차 업계가 이처럼 내연기관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모니터 속 가상 세계로 질주하는 것은 철저히 계산된 미래 생존 전략이다. 과거 자동차 마케팅이 당장의 구매력을 가진 30대에서 50대 소비층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게임 마케팅은 10대와 20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무의식 속에 브랜드의 긍정적인 첫인상을 심어주는 '장기 적립식 투자'에 가깝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마티아스 바이틀 대표이사는 "현재의 젊은 게이머들이 멀지 않은 미래에 주력 소비층으로 진입했을 때, 가상 공간에서 형성된 브랜드 호감도는 곧바로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와 실제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최근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및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콘텐츠 확대로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함에 따라, 자동차를 하나의 거대한 게임 플랫폼으로 구축하려는 완성차 브랜드들의 눈치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한국게임개발자협회 김성태 부회장은 "현재 완성차 업계의 마케팅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머무는 가상 공간 속에서 브랜드 경험을 자발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구조로 진화했다. 특히 SDV 시대로의 전환 속에서 게임은 단순한 협업 툴을 넘어 미래 잠재 고객과의 정서적 락인(Lock-in)을 완성하는 핵심 전략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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