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액션으로 변신, '드래곤 에이지:더 베일가드'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
2024년 11월 29일 06시 29분 39초

일렉트로닉 아츠는 지난 1일 바이오웨어가 개발한 RPG 시리즈 최신작 '드래곤 에이지:더 베일가드'를 PS5, Xbox Series X/S, PC를 통해 정식 출시했다.

 

드래곤 에이지:더 베일가드는 싱글플레이 RPG로, 플레이어가 만든 캐릭터가 세계의 위기 속에서 신뢰받는 리더가 되어 신들에게 맞서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거친 황야나 위험한 미궁, 화려한 도시 등으로 이루어진 테다스의 세계를 탐험하면서 치열한 전투를 치르거나 숨겨진 이야기들을 파헤치는 등의 모험담을 새로운 영웅 '루크'가 되어 경험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캐릭터로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진 7명의 동료를 이끌고 거대한 위협에 맞서야 한다.

 

본 리뷰는 PS5에서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용어는 가급적 이번 타이틀에서 표기된 것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내용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린다.

 

 

 

■ 신에게 맞설 팀을 꾸려라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 최신작인 드래곤 에이지:더 베일가드에서는 시리즈의 무대인 테다스 대륙에 한층 더 큰 위협이 다가온다. 게임의 도입부에선 테빈터 제국의 수도인 민라서스에 찾아온 주인공 루크와 전작의 등장인물인 바릭과 하딩, 그리고 이번 신작의 새로운 동료 네브 4인방이 드레드울프를 추적하고 있다.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 일행은 의식을 진행하고 있는 드레드울프, 그러니까 전작에서 동료로 등장했던 솔라스와 마주하게 되며, 그를 막기 위해 덤벼들다 부상을 입는다.

 

하지만 그 여파로 솔라스 또한 의식 도중 방해를 받아 수감 상태였던 엘프 신 길란낸과 엘가난이 풀려나 시리즈 내내 꾸준히 세상을 뒤덮으며 위협적으로 번져가던 오염이 다시 시작되고, 이번에는 아예 두 엘프 신까지 테다스 각지를 오염으로 뒤덮으며 살육을 저지르고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솔라스의 이야기나 바릭의 조언을 듣고 주인공은 엘프 신을 저지하기 위한 동료들을 모으게 된다. 이 동료를 모으는 과정이 게임의 메인 스토리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스토리의 분위기는 다크 판타지 분위기가 살짝 약해지고, 디즈니 마블의 느낌이 나는 블록버스터 스타일에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스토리의 완급 조절은 초반에 오염이 어느 정도의 위험인지 재인식을 시켜주는 부분에서 약간 무거워지나 이후 다시 동료들을 모으는 과정은 가벼운 느낌으로 진행된다. 동료를 모으는 과정이 재미없다는 말이 아니고, 동료들이 다 모인 뒤 엘프 신과 대결하는 장면들부터는 블록버스터 분위기에 어울리는 장면과 사건들이 몰아치는 구조인지라 이 뒷부분에서의 스토리는 좀 더 흥미로운 편이다.

 

마을이나 필드에서 만나는 NPC들과 대화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는 점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 말을 걸 수 있는 NPC도 존재하기는 하나 RPG 특유의 여기저기 말을 걸면서 돌아다니는 그런 느낌을 맛보기 어렵다. 이 부분은 오히려 이게 좋은 사람도 있고, 반대로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본다.

 

또한 메인퀘스트가 진행되면서 환경이 변하기도 하므로 서브 퀘스트를 전부 수행할 생각이라면 제깍제깍 완수하는 것을 추천한다.

 


 


반가운 모리건

 

■ 완전히 액션으로 넘어온 전투

 

드래곤 에이지:더 베일가드의 모험과 전투는 3인칭 시점으로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퍼즐을 풀거나, 데려간 동료 두 명에게 주기적으로 지시를 내리면서 전투를 치르는 방식이다. 동료들이나 주인공 모두 3개의 스킬을 세팅해두고 싸우게 되는데 동료들은 스킬 하나를 사용하면 동시에 쿨타임이 돌아 다른 스킬을 이어서 사용할 수 없는 방식이라 주로 전투에서 활약하게 되는 것은 주인공 캐릭터다. 그래도 주인공이나 동료들의 스킬을 서로 연계해서 폭발을 발생하게 만드는 등 시너지 요소가 존재하고 동료들의 스킬 세팅과 스킬 트리 투자에 따라 특정 역할에 특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또, 주인공 캐릭터는 워리어와 메이지, 로그까지 3종의 클래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그 클래스 안에서도 다수의 전문화를 보유하고 있어 어떤 스킬을 투자하느냐에 따라 약간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빌드 고착화나 전투 패턴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 비슷한 양상의 전투가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나 이 구간까지 도달하기 전에는 나름대로 전투하는 맛이 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이번 리뷰에서는 주인공을 워리어로 육성했는데, 워리어는 방패와 한손 무기를 사용하는 안정적인 공격 방식 외에도 양손 무기로 무기를 교체해 묵직한 공격을 가할 수 있으며 한손 무기와 방패 조합에서도 캡틴 아메리카마냥 방패를 던져가며 원거리 공격도 구사할 수 있다. 아예 방패 공격을 특화시켜서 방패를 툭툭 던지며 싸우는 것도 가능.

 

전투에서 패턴이 고정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게임을 진행하면서 나오는 적들의 가짓수가 많지는 않은 편이라 비슷한 적들이 나오면서 조금의 차이 정도만 두거나, 환경의 차이 외에는 동일한 구성의 패턴을 구사하는 보스가 잦아져 새로움이 줄어드는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드래곤 보스들을 상대할 때 잘 느껴지는 것이, 외형과 사용하는 속성의 차이가 있는 정도고 대부분 발로 후려치고 꼬리 치기, 좌우로 고개를 움직이는 브레스, 3발씩 연달아 발사하는 속성탄, 공격할 수 없는 위치에서 쏘는 패턴, 날아올라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히는 내려찍기 공격을 돌려쓴다. 그래도 해안에서 싸우는 전기 속성 드래곤과의 전투는 환경과 맞물려 꽤 싸우는 맛이 있었다.

 


 


 


 


보물상자나 상인을 통해 동일한 장비를 획득하면 등급이 상승한다. 등대에선 인챈트와 강화도 가능.

 

■ 뉴게임 플러스는 있을법한데

 

드래곤 에이지:더 베일가드를 쭉 플레이하고 나면 다른 빌드나 클래스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뉴게임 플러스 같은 회차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아 맨땅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거기다 한 회차 내에서 같은 클래스의 다른 빌드를 시험하려고 해도 트리를 전부 다시 찍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기보다는 그냥 몇 개만 바꾸는 선에서 타협하게 된다. 트리를 좀 편하게 바꿀 수 있는 프리셋 기능 등이 존재했다면 어떨까 싶다.

 

스토리에서도 분위기가 한결 가볍고 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느낌이 나는 경향이 생겨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그 안에서 전작 캐릭터에 애정을 가진 팬이나 새로운 유입 게이머에 대한 안배가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예를 들어 신규 플레이어는 일종의 코덱스 기능들을 통해 이야기를 따라갈 순 있지만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 고유의 사건이나 용어들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다. 또, 기존 플레이어는 전작 캐릭터 중에서 솔라스는 메인 스토리에 깊이 관여한 캐릭터이다 보니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지만 이사벨라 같은 캐릭터는 그 타쉬와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캐릭터성과 다소 위배되는 문제의 푸쉬업 장면을 만들어냈다.

 


 


풍성 솔라스

 

말이 나온 김에 타쉬의 PC적 요소도 이야기를 해보자. 서양 RPG에서는 흔히 PC 요소들이 조금씩 담겨있는 경향이 있었기에 그 정도였다면 몰입감을 크게 해치진 않았을 수도 있었다.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 내에서도 그런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었고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작중의 분위기를 맞춰줬으면 안됐을까? 당장 문제의 논바이너리 선언 장면에서도 타쉬의 엄마가 쿠나리 종족에서 다른 성별처럼 살아가는 자를 아쿤 아슬록이라고 부른다고 언급했는데, 이와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면 아쿤 아슬록처럼 세계관에 어울리는 용어를 하나 만들어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나 싶다.

 

타쉬의 동료 퀘스트, 대화 등은 대개 용을 사냥하거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PC적인 요소를 몰아서 받아놓고, 정작 타쉬 자신은 다른 동료들에게 서슴없이 선입견을 가지고 존중하지 않아 크고 작은 말다툼을 하는 장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거점인 등대에서 타쉬가 네크로맨서 동료인 엠릭에게 "시체는 원래 사람이었는데 움직이고 그런 거 다 이상하다"는 둥의 논쟁을 벌이는 장면을 중재하게 된다. 거기에 엠릭도 그냥 그렇게 강령술을 싫어하는지 몰랐다며 미안하다고만 하는데 자신은 어머니에게 존중받길 원하면서 동료들은 존중하지 않고 들이받는 모습이 타쉬의 캐릭터성을 많이 흔들어놓았다고 생각된다. 자신의 퀘스트 라인은 그렇게 플레이어를 가르치려는 것 같은 스탠스인데 말이다.

 


 


 


그래도 아산과 맨프레드는 귀엽더라.

 

그 외에도 플레이어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겠지만 세계를 뒤엎고 있는 엘프 신이 둘이나 있어서 맞서고 있는 상황이 드래곤 에이지:더 베일가드의 스토리 전반에 깔려 있는데도 너무 사소한 동료 간 말다툼 중재나 멘탈 케어를 하고 다니는 것이 주인공의 역할이다 보니 좀 베일가드 유치원의 교사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하기도.

 

그래도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본격적으로 사건이 몰아서 터지는 중후반부의 메인 스토리는 꽤나 흥미로웠다. 일단 설정 자체도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에서 있었던 설정들에 대한 진실이 꽤 밝혀지는 편이고, 사건들 자체도 굵직한 것들이다보니 최후반부는 꽤 전형적인 전개임에도 몰입되는 느낌이 있다.

 

전반적인 플레이타임은 굉장히 긴 편에 속하며 게임의 무대가 되는 세계도 굉장히 웅장하고 아름답게 잘 표현해냈다. 단순히 플레이어가 갈 수 없는 배경도 꼭 들어가보고 싶을 정도로 디자인을 잘 해둬서 여기저기 새로운 풍경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물론 기존 시리즈 팬이라면 일부 지역이 기대와 조금 다른 모습만 보여주기도 하겠지만, 게임의 무대를 굉장히 훌륭하게 잘 뽑아냈다고 느꼈다. 전투도 일률적이 된다는 점에선 아쉽지만 개인적으로 워리어로 방패를 던지면서 싸우는 재미가 있었다.

 

현재로서는 DLC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으므로 이후의 이야기는 기대할 수 없겠지만 후속 조치로 뉴게임 플러스 같은 요소나 편의 기능 정도는 갖춰주면 좋을 것 같다.​ 

 


진행에 따라 동료들의 방도 변화한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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