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가와 다른 선형적 JRPG, '사가 프론티어2 리마스터'

고전 명작임에는 이유가 있다
2025년 04월 09일 19시 07분 41초

아크시스템웍스아시아 주식회사는 스퀘어에닉스의 명작 RPG '사가 프론티어2 리마스터'의 정식 한국어판을 PS5, PS4,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에 정식 출시했다.

 

사가 프론티어2 리마스터는 지난 1999년 출시된 후 모종의 이유로 출시보다 그 이후에 큰 인기를 끌었던 RPG의 강화판이다. 플레이어는 권력 투쟁에 휘말리게 되는 왕가의 후계자 귀스타브와 세계를 뒤흔드는 미지의 위협에 맞서는 신출내기 모험가 윌리엄 나이츠 두 사람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체험하게 된다. 이번 리마스터판은 풀 HD화되어 한층 강화된 그래픽 및 비주얼, 개선된 UI, 새로 추가된 스토리와 개선된 시스템, 편의 기능, 클리어 이후 추가 요소 등을 담아냈다.

 

본 리뷰는 PS5 버전 플레이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스토리 중심의 타이틀 특성상 스크린샷이나 주요 스토리 언급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초반부만을 활용했음을 알린다.

 

 

 

■ 이례적인 선형적 스토리 진행

 

사가 시리즈를 조금이라도 플레이 했던 게이머라면 조금 의외라고 할 수 있을만한 것이 사가 프론티어2 리마스터의 스토리 진행 방식이다. 다수의 사가 시리즈 타이틀은 플레이어가 주인공 캐릭터를 선택하고, 인트로 스토리를 완료하면 이후에는 꽤 자유롭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모험과 스토리 전개를 쌓아갈 수 있는 게임이었다. 사가 프론티어2 리마스터는 이와 다르게 완전히 선형적인 방식의 스토리를 준비해 기존 시리즈 대비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스토리를 원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없다.

 

물론 아주 선택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연도별로 시나리오가 존재하고, 이 시나리오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계속 추가되며 현재 개방된 시나리오 중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다. 시나리오는 주로 주인공인 귀스타브와 윌이 번갈아 나타나는 편인데, 단순히 이런 시나리오 선택에 개입하는 것 말고도 스토리상의 분기점이 존재하며 플레이어가 이 분기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이 달라지기도 한다. 분기점을 이야기했으니 하는 말이지만, 생각보다 갑작스레 스토리 분기점이 나타난다. RPG 장르나 분기가 있는 게임을 많이 해봤으면 대충 언제가 분기점인지 감은 잡히겠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니 매 선택지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스토리는 일종의 유물을 찾는 모험가라고 볼 수 있는 디거 일을 막 시작한 윌리엄 나이츠와 아니마를 사용할 수 없어 차갑게 내쳐진 왕자 귀스타브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연대기라고 할 수 있다. 보편적인 RPG의 스토리라면 이 주인공 세대에 집중하겠지만 사가 프론티어2 리마스터의 경우는 연표식 시나리오 구성과 처음부터 확인할 수 있는 스토리의 큰 흐름을 담은 연표에서 암시하듯 주인공 세대만이 아닌 자식, 손주 세대까지 아우르는 장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SF 느낌이 빠진 정통 판타지풍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 사가만의 독특한 전투

 

사가 시리즈의 전투는 특색이 있다. 기본적인 틀은 여러 RPG의 보편적인 방식대로 턴 기반의 전투가 진행되지만, 사가 시리즈에서는 캐릭터가 장착한 무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횟수나 기술이 달라지고 전투에서 공격을 하다 보면 머리 위에 전구가 나타나며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번뜩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전투에 참가하는 파티원들 중 한 명을 골라서 배틀을 펼치는 듀얼 커맨드도 존재해 상황에 따라 듀얼 방식으로 전투하도록 선택하거나 아예 필수적으로 듀얼 전투를 진행하는 구간도 있다.

 

캐릭터의 성장 또한 기존 RPG들의 레벨업 시스템보다는 전투를 통해 기술을 떠올리고, 장비를 갖추며 무기 숙련도를 높이는 방향에 가까워 상대적으로 직관적인 캐릭터 성장을 느끼기가 조금 어려운 감도 있기는 하다. 이건 적의 강함을 판단하는 데에도 비슷하게 작용한다. 물론 기존 사가 시리즈의 일부처럼 시간 제한이 있어서 전투를 하면 할수록 난이도가 오르는 방식과는 다르고, 난이도 자체도 스토리를 쭉 진행하기에는 최종보스 이전까지 그렇게 어렵지 않은 편이다.

 

평상시 이동이나 전투 모두 배속 기능을 지원해서 속도감 있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데, 실제로 스피드런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이동에서는 달리기 기능만 사용해도 충분히 쾌적했다. 다만 전투의 경우는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는 속도인지라 2배속을 사용하면 빠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항상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적어도 캐릭터가 전투에서 쓰러지기 전에 LP를 소모해 체력을 회복하는 편이 좋다는 점이다. 특히 자주 쓰러질 위험이 있는 초반부는 LP를 그렇게 아끼지 않더라도 시나리오 길이가 길진 않은 편이므로 위험할 때 적극적 사용을 해도 무방하다.

 


 


협력기가 발동하기도 한다

 


듀얼은 커맨드를 연속 입력한 뒤 턴을 진행하는 방식

 

■ 불편함도 있지만 명작다운 재미

 

사가 프론티어2 리마스터는 아무래도 리메이크가 아닌 리마스터 타이틀인지라, 고전 게임의 리마스터가 가진 특유의 불편함이 다소 존재한다. 시나리오 사이사이가 조금 뚝 끊어지는 느낌이 드는 때도 있고 또, 사가 시리즈의 자유로운 진행을 좋아했다면 선형적 전개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의 진행에 따라 이후 시나리오에 영향을 주는 요소나 분기, 이번에 추가된 신규 시나리오를 통해 기존에 부족하게 느껴지던 부분을 보충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을 안겨줬다. 세대를 거듭하며 펼쳐지는 이야기 구조는 그 내용이 다소 낡았더라도 이 타이틀이 왜 사랑받았는지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전투나 성장 면에서는 캐릭터들에게 성장 인계 등을 통해 한결 수월한 기능을 제공했고, 기존에도 호평을 받았던 비주얼적 요소들 또한 꽤나 인상적이다. 지금은 조금 보기 힘든 방식이지만 수채화풍의 손끝으로 그려진 배경을 캐릭터가 돌아다니는 모습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미려한 음악도 게임의 매력을 돋운다. 여기에, 출시 당시 포켓스테이션으로만 이용할 수 있던 발굴 미니게임을 DIG! DIG! 디거라는 어레인지 미니게임으로 탑재해 일정 간격마다 아이템을 수급할 수 있게 한 부분도 조금 독특한 편.

 

사가 프론티어2 리마스터는 사가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당연히 플레이해볼만한 타이틀이며, 고전 JRPG나 연대기풍의 스토리를 선호하는 게이머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진행 방식이 선형적이면서 난이도도 너무 높은 편은 아니라 기존 사가 시리즈의 전투 및 육성 난이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게이머에게도 다시 도전해볼만한 타이틀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한국어로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 또한 기존 출시 버전 언어 문제로 플레이하지 못했던 게이머들에게 좋은 소식일 것.​ 

 


 


카메라 앵글이나 캐릭터의 위치도 다양하게 활용한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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