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대회에서 LCK에게 확실히 밀리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는 LPL은 올 시즌에도 그 양상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24 및 25시즌 진행된 비중 있는 국제 대회는 모두 LCK가 우승했고, 대회에서 보여준 리그 간의 격차 또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올 시즌은 24 시즌에 비해 그 격차가 더 벌어진 상태다. 그만큼 롤드컵에서 LCK 팀이 승리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높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낙관적으로 볼 만한 상황은 아니다. 이미 EWC에서 AL에 결승에 오르기도 했고, BLG의 폼도 여름에 비해 상당히 올라왔다. 국제 대회라는 변수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LCK에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는 리그라는 사실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롤드컵에 참가하는 LPL 팀들은 현재 어느 정도의 전력을 갖추고 있을까. 이에 본격적인 롤드컵의 시작에 앞서 각 팀들을 간단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 봤다.
- BLG
작년 시즌 LPL 최강자의 위치에 있었던 BLG는 올 시즌에도 1번 시드로 롤드컵에 진출했다.
다만 이번 시즌 행보는 그리 좋지 않았다. ‘퍼스트 스탠드’는 TES가 참가했고, ‘스플릿2’에 해당하는 스프링 시즌에서는 AL에 밀리며 우승컵을 내 줬다.
심지어 MSI와 EWC에서는 LCK 팀에게 1승도 거두지 못했고, 한 티어 이상 실력에 차이를 보이는 FLY등에게도 풀세트 끝에 간신히 승리했다. 여기에 EWC 8강에서는 G2에게 패배했다. AL이 LCK 팀들에게 승리하며 EWC 결승전에 진출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다.
올 시즌은 이전 시즌과 동일한 로스터로 시작했다. 24시즌 롤드컵부터 ‘웨이’를 메인 정글러로 활용하는 것을 생각할 때 올 시즌 ‘슌’이 팀을 떠났어도 작년과 같은 로스터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시즌 내내 정글러 웨이의 불안함이 지적되어 왔다. 이 때문인지 팀의 경기력도 그리 좋지 않았다. 사실 지난 24시즌 롤드컵에서의 좋지 않은 플레이 역시 웨이의 지분이 크다. 결국 웨이가 스프링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게 됐고, 그 자리는 ‘베이찬’이 대신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베이찬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다만 ‘타잔’과 같은 현재 LPL 최상위급 정글러가 아닌 이상 즉시 전력감이 되기는 어렵다. 심지어 팀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러나 BLG 입장에서는 즉시 결과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고, 결국 또 다시 ‘쉐도우’를 영입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이후의 경기는 두 선수들을 번갈아 기용하는 상황으로 진행됐다.
다행히 서머 시즌은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경기력이 나왔다. 특히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TES를 꺾으며 정규 시즌 3위를 기록했음에도 서머 시즌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다만 과거처럼 압도적인 모습은 없다. 서머 시즌 우승 역시 지난 스프링 시즌 우승팀 AL의 폼이 떨어진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BLG는 현재 24시즌에 비해 선수들의 경기력이 조금씩 하락해 있는 상태다. 이 중 서포터 ‘온’의 하락 폭이 상당히 큰 편이고, 나아질 기미도 없다. 여기에 정글러는 올 시즌 내내 문제가 있다. 팀의 체급에도 맞지 않는 느낌이며, 긍정적인 경기력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번 롤드컵에서 우승은 고사하고 결승에도 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확실히 작년과는 다른 모습이며, 어느 정도 경기력이 올라온다고 해도 우승 후보로 꼽을 만한 실력은 아닌 것 같다.
- AL
올 시즌 LPL의 신데렐라 팀으로 급 부상한 AL은 이번 롤드컵에서도 주의가 필요한 팀이라고 생각된다.
25시즌이 시작되면서 ‘플랑드레’와 ‘타잔’을 영입하며 팀을 강화시켰지만 플랑드레는 이미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이 일반적이고, 타잔은 실력 자체는 인정하지만 2% 부족한 경기력에 우승 경험이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 보니 어느 정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는 하겠지만 결코 현재와 같은 예상을 하지는 못했다.
스플릿1 시즌은 가능성을 보여준 기간이었다. 그러나 스프링 시즌이 지나며 그 ‘가능성’이 확신으로 변했다.
플랑드레는 회춘한 듯 좋은 플레이를 펼쳤고, 타잔은 그냥 훨훨 날았다. ‘샹크스’ 또한 경기력이 상승하며 다른 최상급 미드라이너에 결코 뒤지지 않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도 ‘카엘’의 활약이 눈부셨다. LCK에서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던 카엘은 올 시즌 들어 기량이 급성장하며 현재 LPL 서포터 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렇듯 팀 내 선수들 대부분의 미친 활약이 이어지면서 AL은 스프링 시즌을 우승했고, EWC 결승에 진출하며 올 시즌 열린 국제 대회에서 유일하게 결승에 진출한 LPL 팀이 되기도 했다.
다만 서머 시즌은 좋지 못했다. 샹크스의 개인적인 문제, 그리고 선수들 역시 저점이 드러나며 AL 다운 플레이가 전혀 나오지 못했다. 심지어 연패를 기록하며 순위도 급 하락했다.
하지만 시즌 후반부터 서서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결국 시즌 3위를 기록, 포인트 1위를 달성하면서 롤드컵 2번 시드 진출이 확정됐다.
점점 살아나고 있는 경기력, 그리고 그 전의 모습과 선수들의 면면을 볼 때 AL은 이번 롤드컵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서머 시즌 BLG가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국제전에서의 성적도 좋은 만큼 오히려 롤드컵에서는 AL이 더 좋은 팀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이미 EWC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와 T1에게 승리를 거둔 바 있으며, 팀 자체의 스타일도 까다롭다. LCK 팀 입장에서는 BLG보다 AL이 훨씬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라고 생각된다. 적어도 국제전에서는 LPL 팀들 중 가장 좋은 결과를 낼 만한 모습이다.
- TES
무언가 항상 아쉬운 팀, 그것이 바로 TES를 지칭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2020년 경기력에 정점을 찍은 후 TES는 항상 LPL을 대표하는 강팀으로 인정받아 왔으나 항상 조금씩 부족했다.
올 시즌 역시 그렇다. 스플릿 1시즌은 모든 팀들을 꺾고 당당히 1위를 기록했지만 스프링 시즌에는 정규 시즌의 좋은 경기력이 사라지며 플레이오프에서 패망, 결국 결승전에 가지도 못했다.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도 BLG에게 풀 세트 접전 끝에 패하며 우승에 실패했다.
분명 올 시즌 TES는 24 시즌에 비해 훨씬 강해졌다. ‘369’와 ‘카나비’를 영입하며 전력이 상승했고, ‘크리프스’ 영입을 통해 전략적인 보완도 이루어졌다.
심지어 스프링과 서머 시즌 모두 정규 시즌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만 가면 미묘하게 선수들의 폼이 떨어졌다.
결론적으로 이번 롤드컵에서도 TES는 크게 기대되는 모습이 아니다. BLG가 더 나은 것은 당연한 것이고, AL보다도 낫다고 보기 어렵다.
심지어 TES는 국제전 결과가 그리 유쾌한 팀이 아니다. 2020년 ‘슈퍼팀’ 소리를 들을 때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으며, 단 5개 팀이 출전한 올 시즌 FST에서도 결승에 가지 못했다.
8강까지는 충분히 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이상을 향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BLG는 물론이고 AL과 비교해서도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 IG
최근 몇 년 간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IG는 올 시즌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실시하며 체급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선수를 갈아 엎었다. 심지어 실력적인 부분은 둘째 치고, 인기 면에서 가히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슈퍼팀’을 구성했다.
1년의 공백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도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는 ‘더샤이’, ‘지에지에’와 ‘루키’에 ‘갈라’ 및 ‘메이코’까지 영입했다. 여기에 ‘양대인’ 감독과 2018년 롤드컵 우승을 같이 했던 ‘원상연’ 코치까지 합류시켰다.
LCK 팬들은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중국 내에서 매우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선수들이다. 여기에 IG라는 팀 자체가 팬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지어 지난 몇 년 간 평범한 팀으로 전락했던 IG가 다시금 무서운 팀으로 변모했다. 뛰어난 인기에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까지 갖추게 된 셈이다.
다만 생각보다 결과는 그리 좋게 나오지 못했다. 더샤이가 분명 탑 급의 선수인 것은 맞지만 24시즌을 통째로 쉰 부분으로 인해 완벽한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고, 루키 또한 이제는 서서히 노장의 반열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이전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경기력을 나왔기 때문이다.
메이코와 지에지에는 경기력 저하가 심하게 드러났다. 결국 스프링 시즌 후 지에지에는 팀을 떠났고 그 자리에 BLG에서 방출된 ‘웨이’가 들어왔다.
반면 갈라가 살아나며 서머 시즌에서는 나름 나쁘지 않은 경기력이 나왔다. TES에 이어 정규 시즌 2위를 기록하며 ‘새로운 IG’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플레이오프에서는 그리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롤드컵 선발전에서 JDG를 꺾고 LPL 4번 시드를 획득하기는 했지만 T1과의 끝장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이것도 케이티 롤스터가 젠지에게 승리한 결과의 나비효과다).
현재로서는 스위스 스테이지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혹 끝장전에서 승리한다면 8강은 충분히 들 만한 실력으로 평가되며, 경우에 따라 그 이상의 성적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