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어떤 방향의 관심을 갖고 있든, 예약구매만으로 각국 마켓의 판매 1위를 석권하고 있다는 소식을 통해 근래 펄어비스가 개발한 출시 예정 신작 '붉은사막'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에서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붉은사막은 파이웰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회색갈기 클리프를 비롯한 복수의 등장인물이 되어 어느 날 밤 잃어버린 모든 것을 다시 되찾는 한편 다가오는 위협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세계에는 광활한 야생이나 숨겨진 고대 유적, 신비로운 어비스 영역과 발견할 수 있는 비밀들, 그리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여러 활동들이 준비되어 있다.
게임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미리 붉은사막을 플레이 할 수 있는 코드를 받아, 먼저 파이웰의 드넓은 땅과 하늘을 누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가능한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정식 출시 후 플레이어들이 초반 플레이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부분 위주로 이야기를 하겠다. 또한, 해당 빌드에서 발생할 수 있던 버그는 대개 출시 후 DAY1 업데이트를 통해 수정될 예정이고 일부 비주얼 및 음성 퀄리티 등에서도 개선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플레이 기종은 PC 스팀과 듀얼센스 컨트롤러이며, 사용한 기기 사양은 RTX 5070Ti 16GB 그래픽 카드와 32GB 램, AMD Ryzen 7 9700X 8코어가 장착된 PC였다. 플레이 극초반에는 그래픽 프리셋 최고 등급 바로 아래를 이용하다 도중부터 최고 등급인 시네마틱 프리셋으로 플레이했다.
■ 광활한 파이웰
에르난드 영지에 처음 도착했을 때 주위를 걷는 트롤, 처음 가게 된 어비스, 붉은사막 한복판에서 맞닥뜨린 거대한 몬스터……게임의 무대가 되는 파이웰 대륙의 첫 인상은 '크다'였다. 비단 클리프를 작아보이게 만드는 저런 종족이나 마치 SF적인 요소를 떠올리게 하는 어비스 건축물만이 아닌 대륙 자체의 크기부터가 거대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지역만 하더라도 4종류는 되어보이는데, 실제 지상에서 각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꽤나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진행하면서 부지런하게 순간이동 포인트들을 발견하고 다니면서 탑승물의 레벨도 오르면 그 수고는 크게 줄어들겠지만, 그런 것이 없는 초반부 플레이는 파이웰의 광활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메인 퀘스트나 서브 퀘스트를 하려고 할 때의 거리도 편도 500미터 정도면 가까운 수준이고, 1,000미터에서 2,000미터를 훌쩍 넘기는 거리를 왕복해야 하는 일도 잦다. 처음에는 막막한 기분도 들었지만 플레이를 하면서 클리프의 이동 관련 능력이나 탑승물의 성장으로 속도 등이 빨라지면서 이동하는 시간도 많이 단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리뷰를 위해 빠르게 진행하느라 찍지 못한 순간이동 포인트들만 꼼꼼하게 찍고 다녔으면 초반부의 여정을 정말 편하게 다녔을 것 같다.
이 광대한 세계에 신기한 건축물이나 가보고 싶은 장소,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장소에서 뭔가 있을까 싶어 찾아봤더니 정말 뭐가 나오는 비밀스런 장소 등이 채워져있으며 길목에는 플레이어에게 우호적인 시민들이나 도적, 적대 세력 구성원들이 돌아다닌다. 이외에도 다양한 생물들이 각 지역의 생태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 멀리서 저 건축물을 보고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탐험에서 인상적인 기억이 많았다. 게임 내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지역은 직접 갈 수 있는데 밤중에 말에 올라타 처음 가는 숲을 주파하다보니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마을을 발견했으나 접근하지 못하다가 서브퀘스트로 갈 수 있게 된다던가, 다른 단서를 가지고 풀어나가야 할 퍼즐이 나타나는 비밀스런 장소, 단순히 끝내주는 경치를 보여주는 장소 등 그냥 발길이 닿는대로 돌아다닌 시간도 꽤 길었다.
또한 플레이하면서 느낀 것은 내 실력에 정말 자신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생활 컨텐츠도 소홀히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파이웰 곳곳에 있는 동물을 사냥해 얻을 수 있는 가죽, 채광으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광물, 적에게 노획하기 쉬운 천과 벌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목재 등은 강화에 필요해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그냥 지나치지 말고 꾸준히 캤으면 좋았을걸'이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여담으로, 나무를 캘 때 도끼를 내리쳐 나무가 쓰러지는 방향을 잘 보고 피해야 피해를 입지 않는다.

요리 또한 중요한 회복 수단이라 꾸준히 챙기지 않으면 낭패다
스토리 스포일러는 가능한 하지 않기로 했으니 간단하게 느꼈던 감상으로 대신하려 한다. 한 문장으로 줄인다면 '예열이 좀 오래 걸린다'고 할 수 있다. 거의 메인 퀘스트 위주로 진행했을 때 10시간 이상은 걸린 시점에도 착실하게 챕터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도입부에서 느낀 의문점이 풀리지 않고, 이야기 또한 본궤도에 진입하기 이전이라는 느낌을 준다. 마치 굉장히 거대한 튜토리얼처럼 새로운 요소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언급한 이 시점에도 나오지 않는 컨텐츠들이 있어 거의 플레이 내내 새로운 요소들을 만나게 된다.
■ 난전 양상이 잦고 난도 높은 전투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것은 클리프만이 아니다. 이들은 각기 사용할 수 있는 무기군에 차이가 있어 서로 구사하는 전투 방식이나 도구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클리프는 전투에 쓰는 도끼를 착용할 수 없고, 데미안은 활 대신 총을 사용하며 활공에 쓰는 장치도 차이가 있는 식으로 클리프, 데미안, 웅카에게 차별성을 뒀다.
그렇다고 아주 제한적인 무기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캐릭터마다 몇 종류의 무기를 활용 가능하다. 극초반에 입수할 수 있는 무기 중 클리프에게 창을 쥐어주면 초반부에 난해한 적들을 빠른 공격 속도와 거리 차이로 제압하기 쉬워졌다. 좀 예능스러운 무기로 채집 및 생활도구도 전투에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데, 빗자루를 들고 적의 숨통을 끊으며 휘둘러보니 생각보다 사용감이 나쁘진 않았다.
각 캐릭터는 개별적으로 활동하기에 전환했을 때 항상 같은 자리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또, 스토리 진행에 따라 해당 캐릭터로 전환할 수 없게 되거나, 자신의 위치로 다른 주인공 캐릭터를 호출해 함께 행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투는 크게 일반 전투, 보스전, 점령전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이들 중 보스전을 제외하면 전투의 양상이 난전으로 가기 쉬운 환경이다. 길에서 시비가 걸리는 상대도 최소 서너 명에서 시작하고 점령전의 경우 작은 규모의 오두막을 점거하는 적만 해도 열 명 이상인데다 규모가 있는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적은 백 명은 쓰러뜨려야 점령 상태를 풀어줄 수 있다.
점령전 중 인상 깊었던 점령전은 메인퀘스트에서 할 수 있는 전면전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붉은사막 쪽으로 넘어가서 발견했던 높은 탑 형태의 집 몇 채가 모인 마을에서의 점령전이 기억에 남았다.
그쪽의 적 세력이 총기나 전기를 활용한 무기를 사용한다는 부분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해당 마을의 높은 건물 사이를 활강하거나 건물과 건물 사이를 위태롭게 지탱하는 임시 다리, 높다란 건물 외벽에 둘러쳐진 발판을 넘나들며 빠른 속도로 전투를 벌이는 즐거움이 있었다.

활로 쏘거나 발로 차서 떨어뜨리는 것으로 쉽게 정리할 수 있고 지형이 재밌는 점령지였다
이러다보니 일반 전투에서도 긴장을 늦추기가 힘들다. 게임을 진행하며 장비 수준이 올라가면 좀 덜하지만 어느 정도의 장비를 갖추기 전에는 항상 등 뒤나 옆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대처할 수 있도록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상당히 많은 조작법을 익히고 적절히 활용하면 할수록 전투 상황을 무사하게 타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메라는 플레이어가 직접 시점을 조절할 수 있지만 전투 상황과 록온 상태, 캐릭터 위치에 따라서 자유분방하게 시점을 잡기도 한다. 원경에서 주변과 캐릭터를 많이 담는 구도가 많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난전이 정말 자주 발생하는 게임의 특성상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어려운 조작이 싫다면 그냥 일반 공격과 강공격만 잘 활용해도 다소의 난관이나 보스전은 가볍게 해낼 수 있다. 물론 잘 활용하면이다. 언제든 공격당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린다는 점 때문에 만만찮은 것이 난전의 어려움이라면, 보스전은 패턴이나 위력 그 자체로 난이도가 제법 높게 느껴질 수 있다. 극초반부터 받을 수 있는 채석장 탈환 퀘스트에서 만나게 되는 보스는 다단히트 공격을 가하기 때문에 피하지 못하면 거의 1초 만에 비명횡사할 수도 있다.
이를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장비 강화 시스템인 담금질이다. 이걸 꾸준히 해왔다면 각 보스전에서 어려움이 덜 느껴질 것이나, 메인 퀘스트 위주로만 쭉 진행해왔다면 갈수록 보스전에서 느껴지는 어려움이 커지기 쉽다. 위의 채석장 탈환 퀘스트 보스처럼 초반이라도 강력한 보스들은 존재하며 갈수록 방심하면 몇 대 만에 죽게 만드는 보스들이 등장하므로 게임의 전투법에는 능숙해질 필요가 있다.
전투 AI의 경우는 아주 영리하기까지 한 것은 아닌 느낌이다. 적이 다가오다 일방적으로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식 그대로 들어오다 죽는 경우도 종종 보였다. 이 또한 앞서 언급한 난전 상황이 자주 발생하니 어느 정도 제약을 둔 것 같다고 느끼기는 했다. 사실 이런 부분이 아쉬워보여도 난이도는 적의 강함과 패턴을 통해 조절해 적절한 수준으로 맞췄다는 느낌이 강했다.
한편 다양한 전투 상황 중에서도 적의 잡기에 잡혔을 때는 그다지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이걸 당하는 시점은 대략 챕터6 즈음의 대규모 전투인데, 적마다 수시로 이 잡기를 시전해 플레이어를 넘어뜨리고 일정 간격으로 죽거나 탈출할 때까지 QTE를 시킨다. 이런 스타일의 QTE 특성상 한 번 리듬을 놓치면 다시 잡기가 힘든 편인데 시작부터 빠른 속도로 QTE 서클이 돌아가니 잘못하면 잡힌 순간 계속 얼굴을 엊어맞다 죽게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이런 잡기를 연달아 걸기도 해 잡기에 당하는 것만큼은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 구석구석 파고들기 좋은 신작
붉은사막을 플레이하며 인상적이었던 순간들은 탐험에 있었다. 가장 시간을 들이고 기억에 남았던 순간들은 늘 저 멀리 보이는 탑이 어떤 곳일지 궁금하니 가보자, 어두운 숲속인데 초록색으로 빛나는 저 마을은 뭐지? 아, 이 아래로 내려가보면 뭔가 있을 것 같은 장소인데?같은 생각을 하면서 파이웰 대륙을 뒤지고 다닐 때였다.
그런 탐험의 결과로 붉은사막은 스킬을 올리는 데 필요한 아이템이나 흔치 않은 광맥, 때로는 그런 것은 없어도 끝내주는 경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남김없이 구석구석 즐기길 좋아하는 성향을 가진 플레이어라면 컨텐츠를 소화하며 이런 상황을 자연히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가벼운 퍼즐부터 어비스를 돌아다니며 풀어야하는 퍼즐까지 규모도 다양
아쉬운 부분은 이런 방대한 파이웰을 파고들게 하기 위한 보조연료가 될 초반 스토리 몰입도가 좀 부족하다는 점이다. 분량이 정말 많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이야기의 완급조절을 통해 따라오고 싶을만한 순간들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예시로 이미 10시간 이상 플레이한 그 순간에도 아직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오르지 않아 흥미를 유발하는 순간도 자꾸 뒤로 늦춰진다.
또, 초기 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조작감이나 편의성 부분에서도 그렇다. 조작감은 몇 번 플레이하면서 익숙해지고 나니 혹시 조작법이 쉬워졌나?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적응했지만 이걸 도표화해보면 상당히 복잡한 조작들이 많다. 다 구사할 필요는 없지만 기존 콘솔 오픈월드 장르 출시작들의 보편적인 조작법과 차이가 있는 것들도 있어 처음이 난해하다. 불러오기도 저장한 순간을 그대로 불러오지 않고 약간 차이가 있다는 점이 신경쓰인다. 이 경우도 예를 들자면 상인 앞에서 저장하고 특정 행동을 한 뒤 불러와보면 마을 바깥에서 시작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100점짜리 완벽한 오픈월드 게임이란 것은 아직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픈월드의 명작을 거론하면 늘상 따라오는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이나 GTA V를 플레이했을 때의 경험으로 생각해보면, 붉은사막의 스토리는 GTA V의 단순하고 몰입감 있는 헐리우드식 범죄 버디 무비 스토리에 비해 아쉬웠고, 원한다면 곧장 최종장으로 향할 수 있는 진행의 자유도와 세세한 상호작용, 기발한 도구들로 놀라움을 주던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에 비해 오픈월드 실속이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만약 점수를 매긴다면 총점 100점을 기준으로 85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막혔을 때는 그걸 빌미로 탐험을 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