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게임사 마벨러스가 장기간 선보인 두 게임 시리즈가 있다. '목장이야기' 시리즈와 '룬 팩토리' 시리즈다. 각 시리즈의 몇몇 작품들을 플레이하고 느낀 것은 두 게임이 자매 시리즈같다는 점, 그리고 룬 팩토리에서는 전투를 가미해 좀 더 RPG 감성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룬 팩토리 시리즈는 목장이야기 시리즈의 파생작으로 출발한 시리즈이기도 하다.
'용의 나라 룬 팩토리'는 그런 룬 팩토리 시리즈의 외전이자 최신작이다. 국내 유통은 아크 시스템웍스 아시아가 맡았다. 이 게임은 서양풍의 세계에 가까운 룬 팩토리의 주요 무대에서 벗어나 동양의,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풍의 문화가 자리잡은 동쪽의 나라 아즈마 지방을 무대로 삼고 있다. 또한 아즈마는 외전을 위해 갑자기 튀어나온 곳이 아닌 기존 본편 시리즈에서 언급이 됐던 장소이기도 하다. 플레이어는 남성 또는 여성 주인공을 선택해 아즈마를 가로지르며 산산조각난 아즈마국과 신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편, 용의 나라 룬 팩토리는 지난 2025년 6월 경 닌텐도 스위치 및 닌텐도 스위치2, 스팀을 통해 출시된 바 있으나 한국어 자막 및 PS5, Xbox Series X/S판 출시는 올해 2월 경 진행됐다. 플레이는 PS5로 진행했다.
■ 다같이 하는 농사
목장이야기 시리즈와 룬 팩토리 시리즈의 공통적인 코어 플레이는 아무래도 농장일, 마을의 주민들과의 인간관계 쌓기 등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런 핵심 플레이는 용의 나라 룬 팩토리 또한 유지하고 있다. 하나의 밭과 목장 구역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봄 마을에서 시작해 각 계절의 테마를 갖추고 있는 마을이 스토리 진행에 따라 순차 개방된다.
그리고 전개에 따라 플레이어가 촌장이 되면서 각 마을의 구역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개척구역이라고 부른다. 이번 타이틀에서는 개척구역에서 농사나 목축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논과 밭, 목축업은 물론 각종 상점 시설들도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거기에 민가나 장식물 등을 설치해 마을 개척구역의 경관을 살리는 것만이 아닌 능력치 버프와 같은 실리를 취하기도 한다.
여기서 용의 나라 룬 팩토리는 직접 농사와 목축 같은 파트를 수행할 수도 있지만 마을의 주민을 통해 그들에게 일임하는 것도 가능하다. 상점 같은 시설에도 주민을 배치해 효율적인 수입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대신 매일 주민의 식사 비용이나 시설 등은 플레이어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간다.
이 일종의 경영 시스템이 가져오는 강점은 농사 파트를 적당한 수준으로, 혹은 원하는 때 관리하면서도 전투 등 다른 컨텐츠에 집중하고 싶을 때는 아예 주민들한테 맡겨두는 시스템이며, 매일 하루가 끝나면 각 마을에 무작위 확률로 새로운 주민이 등장해 인원을 충원할 수 있다.
주민들은 만족도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각기 다른 특성이 있어서 특정 일에 효율이 높다거나 많이 먹고 적게 먹는 특성도 있는 등 마을 경영에서 단순 배치만 하는 것이 아닌 어떤 주민을 받고 내보낼지 고려할만한 요소가 있었다. 이런 요소 때문에 특히 초반부 플레이에서는 매일 어떤 특성과 생산력을 가진 주민이 들어올지 기대감도 느꼈다. 다 좋은데 하나가 부족하다거나, 대놓고 헤어져야할 주민도 있는 등 동일한 모델 몇 개를 돌려쓴 주민임에도 나름의 애착이 생겼다.

대식가에 생산성도 낮아? 넌 잘가라.
■ 알아가는 맛의 인간관계와 전투
용의 나라 룬 팩토리에도 플레이어가 친교를 다질 수 있는 특별한 주민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봄 마을부터 겨울 마을까지 각 마을에서 주로 살아간다. 매일 이들과 대화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의 친밀도를 높일 수가 있다.
이런 기본 토대 아래, 친밀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선택지 등을 통해 처음에는 물음표로 가려져있던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같은 프로필을 점점 채워나가는 시스템을 갖춰 플레이를 하면서 이들의 대한 것을 자연스레 점점 더 알아갈 수 있다. 이는 실제 인간관계와 비슷하다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친밀도가 높아질수록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식도 늘어간다.

결혼이 가능한 주민들은 정해져있지만 그 외의 주민들과 교류하는 것도 꽤 즐거웠다. 심지어 게임을 진행하면서 사실상 특정 히로인을 정사 수준으로 밀어주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지만 그 외의 캐릭터들도 상당한 매력을 느껴 누굴 고를지 고민하는 재미도 있었다.
인간관계는 마을의 개척구역과 함께 전투 컨텐츠 전반에도 큰 영향을 준다. 개척구역은 건물과 장식물을 두는 것으로 각종 능력치를 얻을 수 있는데 이게 모이면 상당히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것처럼 인간관계의 경우 처음 친해졌을 때 그들을 파티에 편성하고 함께 전투에 나설 수 있다.

실제 전투는 꽤 단조롭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무난한 액션성에 무기 종류 또는 속성에 따른 약점을 잘 공략해 싸워야 하는 시스템 특성상 무기와 보조 무기, 방어구 3종을 갖춰나가는 과정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물론 어느 정도는 갖춰야 게임이 편해지긴 하지만 초중반을 제외하면 물리 무기나 아직 덜 성장시킨 마법 계열 무기보다 신기를 사용해 주는 피해가 훨씬 이득으로 느껴졌다.
거기에, 필드에서의 전투를 통해 몬스터를 동료로 만들 수도 있고, 메인이 되는 네 개의 마을 외에도 용을 타고 서브 부유섬들을 탐험하고 공략한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그 양이 많진 않더라도 단순히 전투만 하는 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버섯 감별사가 있는 섬 같은 장소도 있어 이 섬에는 뭐가 있을까?라며 뚜껑을 여는 맛이 있다.

무기, 신기, 교류, 생활 등 다방면의 스킬트리를 제공한다

첫 등장 연출은 꽤 촌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그 맛이 또.
■ 아는 맛이 더 무섭다
룬 팩토리 본편의 아기자기한 아트 스타일도 좋아하긴 하지만 개인적은 선호는 이번 용의 나라 룬 팩토리의 아트 스타일이 좀 더 마음에 들었다. 본편과 외전 상당수가 아이같은 스타일로 그려졌던 것과 달리 이번 타이틀의 경우는 일부 캐릭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모습을 주로 갖고 있어 색다른 맛도 있다.
아즈마국이라는 무대에서 선보이는 이야기나 그 세계 자체도 꽤나 매력적이다.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흥미가 동할 수밖에 없는 여러 부유섬은 물론, 처음에는 아즈마국이 4개의 마을로 나뉘어버린 이유로 소개되는 모종의 사건과 그 여파도 처음 용을 타고 날아오른 상공에서 눈에 들어와 지금의 상태가 바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상공에 새와 물고기가 함께 날고 있는 모습, 흰 고래가 하늘을 유영하는 모습 등으로 다소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흥미가 동했다.


먹어서 버섯감별을?
그럼 용의 나라 룬 팩토리가 시리즈 전체를 아울러, 그리고 보편적인 게임 기준에서 최고의 게임일까? 그렇게까지 말하기는 어렵다. 전투는 무난하지만 단조로운 감이 있고, 마을마다 각기 다른 구조의 개척구역은 규모나 형태로 인해 활용할 때 다소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꽤나 이질적으로 느껴질만큼 색다른 도전도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슷했다.
여담으로, 플레이하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남았다. 동성 결혼, 문어발 연애는 되는데, 왜 다수의 캐릭터와 혼인하는 것은 아직도 불가능한 것일까? 다소 옛 일본풍인 아즈마국이라면 혹시 가능할까 싶었는데 이건 연애와 결혼이 주는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인지 최후의 보루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대신 나중에 완전히 새로운 상태에서 다른 세계선 개념으로 또 다른 캐릭터와 관계를 쌓아갈 수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용의 나라 룬 팩토리는 로컬 맛집같은 게임이다. 힐링 농사 게임 시리즈의 외전으로 출발해 이제는 시리즈 자체적인 외전까지 여럿 출시될 정도로 장기화되면서 형성된 IP의 코어한 즐거움은 유지하고, 용의 나라 룬 팩토리만의 독특함을 가벼운 조미료로 섞어 내놓았다. 그리고 그런 아는 맛의 결정체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룬 팩토리 시리즈가 즐거웠다면 이 게임도 굉장히 즐겁게 오랜 시간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